美 기소로 곤경에 빠진 화웨이..협력업체들도 휘청
2019-01-30 14:15
美, 화웨이에 美 부품·기술 수출 금지할 수도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전격 기소하면서 ‘화웨이 때리기’를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미국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뿐 아니라 화웨이에 딸린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NAR)의 30일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협력업체들에게 일부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도록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와 이 논의를 진행 중인 협력업체에는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팅 업체인 대만 ASE와 킹위안,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향후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될 것을 우려해 대비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제재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ZTE나 미국에 기소당해 폐업 직전인 푸젠진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화웨이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8일 화웨이 기소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수출관리규정을 어긴 기업에 대해 역대 어떤 정부보다 엄격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수출금지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수출금지는 화웨이를 초토화시키는 '핵옵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웨이 앞에 드리운 암운에 납품업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NAR에 “올해 어떻게 사업계획을 짜야할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문제는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웨이를 때리는 방식은 위법 혐의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주요 동맹을 상대로 화웨이 통신장비 이용의 위협성을 설파하고 있다. 화웨이 장비를 쓸 경우 중국 정보에 기밀 정보가 넘어가거나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차세대 5G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보이콧을 주도하고 있다.
안 그래도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고전하는 화웨이 납품업체들은 화웨이 파장까지 겹치면서 주가 하락과 실적 전망 악화에 직면했다. 골드만삭스는 화웨이 충격이 미국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AMD를 포함해 전 세계 70여개 업체에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에 대한 사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격은 더 크다. 일례로 중국 선전 소재 카메라렌즈 및 지문인식기 제조업체인 오필름은 화웨이 기소 소식이 전해진 뒤 29일 주가가 4.2%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 매출 중 1/4을 화웨이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화웨이 의존도가 높다. 그 외 중국, 대만, 일본, 미국, 핀란드에 있는 나머지 화웨이 협력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FT는 지적했다.
대만 소재 싱크탱크인 마켓인텔리전스앤컨설팅인스티튜트의 시포준 애널리스트는 이런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NAR에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탄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중국 기업의) 아시아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에까지 파장이 미칠 것”이라면서 “화웨이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정치적 리스크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 애널리스트는 또 중국 주요 기술기업과 파트너 관계에 있는 아시아와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기술을 궁극적으로 중국에 이전했는지 여부를 두고 미국의 까다로운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국 화웨이 납품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편에 설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