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어닝쇼크에도 '생산 축소·신공장 투자 지연 없다'... 치킨게임 대비

2019-01-24 11:13
중국 내년 메모리반도체 공장 가동 시작으로 생산량 늘어날 것 전망
"과거 치킨게임 생존 통해 성장 일군 만큼 이번에도 잘 대응할 것"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영업이익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잇따른 ‘어닝쇼크(실적 충격)’에도 생산 축소와 신공장 건설 지연 카드를 쓰지 않는다.

오히려 두 카드를 썼을 때 비용이 더 증가하는 측면도 있으며, 장기적으로 중국발 반도체 굴기로 인한 ‘치킨게임’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양사의 주력 사업이자 미래 유망 사업인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 부문의 세계 주도권을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잇단 실적 쇼크... 하지만 미래 위한 투자 아끼지 않는다
2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공급 확대와 수요 정체 등으로 인한 가격 하락에도 향후 제품의 생산 축소나 신공장 건설 지연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 9조9380억원에 영업이익 4조43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보다 각각 13.0%, 31.6% 감소한 수치다. 특히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5조1000억원)보다도 훨씬 낮은 것으로 어닝쇼크에 해당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7년 4분기(65조9800억원)보다 10.6% 줄었고, 직전 분기(65조4600억원)에 비해서도 9.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년 전(15조1500억원)에 비해 28.7% 축소됐다.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돈 것은 2017년 1분기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이는 증권사의 예상치 평균(13조3800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반도체 업계의 실적 하락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1%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으나, ASP는 21% 떨어졌다.

이 같은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량과 연구개발(R&D) 비용 축소, 신공장 건설 지연 등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기 화성 메모리반도체 공장 등 극자외선(EUV) 기술 적용한 제품들 예정대로 생산할 것”이라며 “생산 축소 등은 비용이 오히려 증가해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장비투자를 40%가량 축소하겠다"면서도 “R&D와 신규 공장인 경기 이천의 M16 등 미래성장 기반은 축소하지 않고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4차산업 수요 대비... 중국 반도체 굴기 선제적 대응 차원
4차산업 시대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 서비스(5G),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등의 발전에 메모리반도체는 필수적으로 여겨져 미래 수요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내년부터 현실화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로 인한 치킨게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이미 지난해 초부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점쳐졌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발표로 대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180조원, 4만명의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약속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경기에 대한 물음에 “이제 진짜 신력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날 치킨게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여기에 “투자계획 역시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하면서 투자 축소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SK하이닉스도 최근 정부와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오는 2028년까지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말 공사를 시작한 M16 공장도 2020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또한 경쟁사와 초격차 유지를 위한 계획도 속속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5세대 90단 이상의 3D 낸드플래시를 양산한 데 이어 올해는 6세대 V낸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D램에서도 올해 말 세계 처음으로 EUV 양산 공정을 가동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2세대 10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한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완공한 청주 M15 공장에서 5세대 96단 낸드플래시 양산에 착수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 “지난달부터 M15 공장을 시험 가동하고 있다”며 “완료되는 대로 이달부터 생산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의 반도체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치킨게임 등에서 생존하며 오늘날의 성장을 이룬 만큼 다가올 위기도 현명하게 극복해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