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왜 초계기 도발을 계속 할까? "아베 지지율·2차 북미회담 영향"

2019-01-24 11:32
외신도 日자위대 초계기 저공 비행 논란 주목
"한국과의 갈등으로 지지율 상승 효과 노린 것"

23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 화면을 통해 일본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비행 위혐에 관한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자위대의 초계기가 한반도 인근에서 저공 비행을 하면서 촉발된 한일 갈등에 대해 국제사회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아베 내각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신 "한일 군사 갈등 점화"...일본 "한국 대응 유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일본 초계기의 저공 비행이 계속된다면 '도벌 행동'으로 규정, 강력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강제징용 배상을 두고 양국 간 긴장감이 높아진 가운데 레이더 조사-저공비행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일본도 한국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도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군사동맹국이자 친숙한 경제 파트너지만 역사 문제와 군사 갈등으로 최근 분쟁을 겪고 있다"며 "일본이 한국을 강제 점령했던 시기(1910~1945)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으로 최근 몇 년간 갈등을 빚었던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요인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을 꼽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대화로 잘 풀어보려고 했는데 회피하더니 일상적인 초계기 경계 활동을 저공 비행으로 포장해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통해 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강 장관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며 "그러면서 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비행으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양국 외교 수장이 마주 앉은 것은 작년 10월 한국 법원이 일본 기업에 징용 관련 배상 명령을 내린 뒤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면서 판결에 불복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작년 12월 20일 한국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 자위대의 초계기에 있는 화기관제용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하면서 국방부와 공방을 벌였다.

◆아베 지지율 상승 떠받쳐...NYT "2차 북·미 회담 의식 불가피" 

다만 일본은 북핵 문제 등 역내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한미일 방위 협력을 지속한다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도 군사 이슈를 연일 화제의 중심에 올리는 데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작년 말만 해도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오키나와 현의 군사기지 건설, 출입국 관리 개정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19~20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전월 대비 4.2%포인트 높은 47.9%까지 지지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한국과의 갈등을 부각하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했다는 것이다. 개헌을 앞두고 정치적 입지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말 제2차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 것이 일본 정부의 불안감을 높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보도를 통해 "아베 총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핵화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지만 북·미 관계 개선으로 인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와의 친분 과시에 공을 들였지만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 이후 한미군사훈련이 중단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이니셔티브의 후나바시 요이치 대표는 "북한도 (비핵화 방식에 대한) 미일 간 쟁점을 알고 있다"며 "(북한 미사일의 사정 거리에 들 수 있는) 도쿄 사람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보도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랜 영토 분쟁에도 불구, 일본과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다소 밀려난 일본의 정치 상황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