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우려 고조...아일랜드섬에 '하드보더' 생기나

2019-01-23 15:52
EU "노딜 브렉시트는 하드보더" 첫 유권해석

[사진=신화·연합뉴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인 국경, 이른바 '하드보더(hard border)'가 생기는 걸 의미한다는 EU집행위원회(EC)의 첫 유권해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C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하드보더가 생길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와 독립국인 아일랜드는 아일랜드섬을 공유한다. 현재 모두 EU에 속해 인적·물적 교류가 자유롭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일랜드는 EU 회원국이지만, 북아일랜드는 영국을 따라 EU를 떠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하드보더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일랜드 총리실은 이날 낸 성명에서도 노딜이든 뭐든 브렉시트와 무관하게 영국은 '굿프라이데이 협정' 공동 보증인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국경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굿프라이데이 협정은 북아일랜드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을 뜻한다.

EU는 그동안 '아이리시 백스톱(아일랜드 안전장치)안'을 제시해왔다. 영국이 EU를 떠나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국경을 일시적으로 열어두자는 것이다. 북아일랜드가 사실상 영국이 벗어나려고 하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방식이다. 물론 백스톱안을 실현시키려면 영국과 EU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국 집권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와 메이 정부를 지지해온 북아일랜드의 민주통합당은 백스톱안에 반대한다. 보수당 강경파는 백스톱 기간의 시한을 못 박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본토 지향인 민주통합당은 한시적인 백스톱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영국 의회가 지난주 브렉시트 합의안을 역대 최대 표차로 부결시키면서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급부상했지만, 파국을 피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영국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오는 3월 29일 EU를 떠나야 하는데, 브렉시트 최종 시한을 늦추는 등의 방안이 모색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