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뱅가드 위험한 ETF 안 판다
2019-01-16 18:30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위험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안 팔기로 해 우리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뱅가드는 오는 22일부터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만들지도, 거래하지도 않기로 했다. 뱅가드 측 대변인은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매우 투기적이고 복잡하다"라며 "우리가 오랫동안 지지해온 투자철학과 맞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ETF를 거래해온 이해관계자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에 대해 "확실히 가능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인 투자전략과 양립할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단타매매를 선호하는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를 누려왔다. 먼저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익을 노린다. 반대로 손실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를 역방향으로 추종한다. 기초지수가 1% 빠져야 그만큼 수익이 생긴다.
뱅가드는 자사 증권거래 플랫폼을 통해 ETF를 수수료 없이 사고팔 수 있게 해왔다. 즉, 지금까지 이 플랫폼을 써온 다른 자산운용사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뱅가드는 현재 플랫폼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를 막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전해졌다.
애초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뱅가드나 블랙록은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직접 내놓지 않았다. 프로셰어스나 다이렉시온, 크래니트셰어스 같은 업체가 주로 해당 ETF를 개발했다. 전 세계 운용자산 규모로 2위인 뱅가드가 ETF 전략을 바꾸면 당장 이런 업체부터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 ETF 시장에도 영향
우리 자산운용업계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걸로 보인다. 다만 당장 바뀌는 건 많지 않겠다. 미국은 전 세계 ETF 시장을 72%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ETF 시장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현재 40조원 남짓이다.
국내에서는 ETF 상품도 다양하지 않다.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하다. 우리나라 ETF 거래에서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70%로, 17% 남짓인 미국과는 차이가 크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뱅가드가 당장 국내 ETF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ETF 상품을 진화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