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해 주주권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뒤 첫사례다. 다만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방식에 대해서는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회는 16일 오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올해 첫 회의를 열고 지난달 이찬진 위원(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이 상정한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심의·의결한 결과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따라 운용위는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어떤 방식으로 주주권을 행사할지에 대해 결정하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식은 수탁자책임전문위의 검토를 거쳐 최종 확정한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위원들이 해당기업 경영진과 대화의 과정이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전반적인 의견은 수탁자전문위에 안건을 부의해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장관은 주주권을 행사키로 결정했지만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구체적인 주주권 행사 방식을 묻는 질문에 “임원선임일수도 있고 수익금 배분 등의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은 없다”며 “대표이사 해임요구 등도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주주권 행사 과정에서 최근 한진칼 지분 10.28%를 사들인 국내 사모펀드 KCGI와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연금이 사모펀드와 연대하기는 어렵다”며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독립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수탁자전문위는 이미 구성이 돼있지만 객관적인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며 “전문위가 주주권 행사 이전에 다른 단계가 필요하다고 하면 존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격인 한진칼의 지분을 7.34% 가지고 있어 3대 주주에 올라있고 대한항공의 경우 11.56%를 들고 있어 2대 주주에 해당한다. 지난해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총수일가의 일련의 일탈로 대한항공 주가가 흔들렸고, 국민연금은 그 다음 달 대한항공에 개선책 내놓으라며 비공개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