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아동약 시장 1위, 한국 제약사 아시나요

2019-01-16 11:10
한미약품 중국법인, 틈새시장 공략 성공
중국 엄마들 엄지척, 브랜드인지도 최고
도약 발판 될 신약개발, R&D 투자 박차

한미약품 중국법인인 북경한미 본사 전경(왼쪽)과 대표 제품인 아동용 정장제 마미아이.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아동용 의약품 브랜드 몇 개가 있다.

마미아이(媽咪愛·유산균 정장제), 이탄징(易坦靜·진해거담제), 나얼핑(納爾平·종합감기약). 각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제품이다.

이 제품들은 모두 한 기업에서 생산한다. 글로벌 제약사도, 중국 토종 제약사도 아닌 한국의 한미약품이다.

3000개 이상의 기업이 난립해 경쟁하는 중국 제약 시장에서 거둔 돋보이는 성과다.

한미약품 중국법인인 북경한미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억7000만 위안(약 2260억원). 한미약품 전체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책임지는 우량 자회사다.

수년 내 조단위 매출 달성을 노릴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세계 2위의 제약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하는 비결이 궁금해 베이징 순이구의 북경한미 본사를 직접 찾았다.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가 경영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재호 기자 ]


◆틈새시장 공략이 신의 한 수

한·중 수교 이전인 1980년대 후반 중국을 방문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성인용 약을 두세 조각으로 잘라 아이들에게 먹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품 개발과 임상 시험 난이도가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도 아동용 약 판매에 소극적이었다.

한미약품은 수교 직후인 1994년 아동용 정장제(장 기능 활성화 약제)인 마미아이를 출시했다. 반응이 좋자 2년 뒤인 1996년 중국법인 북경한미를 설립했다.

2001년 중국 우수제조기준(GMP) 인증을 받은 공장을 준공하면서부터 거의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아동용 의약품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방문한 북경한미 생산공장은 4조 3교대로 24시간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미아이와 이탄징 제조라인은 완전 자동화가 이뤄졌다. 근무자들은 육안과 모니터를 통해 라인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정도의 업무만 수행 중이었다.

이성기 북경한미 공장장은 "300명의 직원이 20여종의 제품을 생산 중"이라며 "감기약 시럽은 150m 길이의 자동화 라인 3개를 거쳐 생산되는데 이 정도 수준의 공장은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해 두 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표 제품인 마미아이의 경우 지난 25년 동안 팔린 양을 한 줄로 세우면 그 길이가 지구 8바퀴 반에 달한다.

임해룡 북경한미 총경리는 "매월 마미아이가 230만갑, 이탄징이 270만병씩 판매된다"며 "월 평균 우리 제품을 복용하는 고객이 1000만명 정도, 연간으로는 1억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중국 제약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6% 안팎이지만 북경한미는 지난해 14.1%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감안해 연산 1억2000만병(시럽 기준) 규모의 신공장을 짓고 있다. 목표대로 연내 완공되면 생산능력이 기존 6000만병에서 1억8000만병으로 3배 증가한다.
 

2012년 외자기업 최초로 베이징시 지정 R&D센터 인증을 획득한 북경한미 본사 내 연구소. [사진=이재호 기자 ]


◆中 제약사 대비 R&D 투자 3배

북경한미는 아동용 의약품 시장에서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전체 제약 시장에서 아동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불과해 지속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임 총경리는 "소화기계·호흡기계·고혈압·당뇨 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해 종합 제약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엄마들은 한미약품은 몰라도 마미아이나 이탄징은 모두 안다"며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워 영유아 화장품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며 오는 7월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사업 진출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중국 현지 제약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지난해 북경한미는 전체 매출액의 11.9%에 해당하는 1억6400만 위안(약 271억원)을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중국 제약업계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3%로 북경한미의 4분의 1 수준이다.

5265m² 면적의 북경한미 연구센터는 2012년 외자기업 최초로 베이징시가 지정한 R&D센터 인증을 획득했다. 중국 정부의 전임상 시험기관 인증도 획득해 현재 영장류(원숭이) 실험이 가능한 상황이다.

임 총경리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들도 중국 내 임상 시험을 통과해야 제품 판매가 가능한 만큼 중국에 앞다퉈 연구소를 설립 중"이라며 "우리도 전체 임직원의 13%인 169명의 연구 인력이 포진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을 졸업한 석·박사 출신이다.

특히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항체 기술을 적용한 항암제 개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철웅 북경한미 연구소장은 "올해 임상 시험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르면 5년 내 혁신 신약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북경한미 생산공장 내부. [사진=이재호 기자 ]


◆하루하루가 전쟁, 꼭 살아남는다

영업을 대행하는 중개상과 계약을 맺는 다른 외자계 제약사와 달리 북경한미는 800명 규모의 영업조직을 직접 운영한다.

중국 내 300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9000개 이상의 병원과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다. 영업 직원이 상대하는 의사 수만 15만명 이상이다.

장호원 북경한미 부총경리는 "소수의 영업조직으로 수천 개 병원의 수요에 대응하려면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북경한미 영업 인력의 69%가 의·약학 전공자"라고 강조했다.

북경한미는 1000병상 이상의 3급 대형 병원 대신 200~1000병상 규모의 중소형 2급 병원 공략에 공을 들인다.

글로벌 제약사와 정면 승부를 벌여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틈새 시장을 파고들기로 한 것이다.

이밖에 별도의 지점 및 사무소 없이 영업 직원이 태블릿 PC로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 영업 시스템도 도입했다.

임 총경리는 "약육강식의 전장인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제약사의 핵심 경영 가치인 품질 유지와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