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안 부결 가능성↑…제 2 국민투표 현실화?

2019-01-13 15:10
메이 "부결되면 파국" 언론사 기고 통해 호소
"조기총선 치른 뒤 또다시 국민투표 할 수도"

런던 중심가에서 12일(현지시간) 반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당장 총선을 실시하라" "메이 총리는 물러가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이하 브렉시트)와 관련한 협상안이 15일(이하 현지시간)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영국과 EU가 합의한 협상안은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영국 언론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외신도 부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3일 영국 매체인 선데이익스프레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의원들이 협상안을 부결시킬 경우 영국은 파국적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내가 의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정치적) 게임을 잊고, 국가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1일 제레미 헌트 영국 외교부 장관은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 브렉시트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과는 불투명하다.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과 관련한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브렉시트 강경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전장치는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사이의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다.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안전장치'가 끝나는 시점을 규정돼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영국의 일방적 종료가 불가능한 만큼, EU에 끌려다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원국도 아니면서 분담금만 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은 대혼란에 직면한다. 협상안이 통과되지 못해도 영국은 오는 3월 29일 EU를 자동 탈퇴하게 되기 때문이다. '노딜 브렉시트'의 현실화다. EU 회원국의 자격을 잃은 영국은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 기준이 사라진다. 일시적 교역 중단까지 우려된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후폭풍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를 바로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5일 저녁 또는 16일쯤 노동당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에게 총리 불신임 투표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영국 가디언은 12일 보도했다.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메이 총리는 낙마하고 새로운 총선이 처러진다. 보수당이 317석 노동당 256석 스코틀랜드 민족당 35석 등을 차지한 상황에서, 보수당의 반란표가 나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선거 뒤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브렉시트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노동당 대부분의 의원들은 EU 잔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2 국민투표 가능성을 점치는 언론들도 많다. 

영국 매체인 인디펜던트는 최근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 가장 나은 대안으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 '제 2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였다고 12일 보도했다. 여론조사 업체인 BGM 리서치는 1500명이상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협상안이 부결될 경우를 가정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46%가 제2의 여론조사 실시를 택했으며, 국민투표를 원치 않는다고 밝힌 이들이 28%로 뒤를 이었으며. 모르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26%를 기록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한편,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의 국론은 지난 2015년처럼 극렬하게 갈리고 있다. 12일 영국 런던에서 브렉시트 찬성 시위대가 '노란 조끼'를 입고 행진을 벌인 반면, 다른 한 켠에서는 브렉시트 반대론자들이 메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