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ㆍ금리인상 우려 씻어낸 시장..이제 관심은 미중 무역협상으로
2019-01-05 17:44
美 초강력 고용지표ㆍ파월 비둘기ㆍ중국 부양책 시장 호재
7~8일 베이징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 관심 집중
7~8일 베이징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에 관심 집중
새해 뉴욕증시가 뚜렷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널뛰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 쇼크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로 3일(현지시간) 급락했던 뉴욕증시는 하루만에 급등세로 반전됐다. 경기침체 전망을 비웃듯 미국의 12월 고용지표가 초강력 호조를 보인데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강력한 비둘기(통화완화 선호)파 메시지를 발신한 영향이다. 이제 시장의 눈은 7~8일로 다가온 미중 무역협상에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31만2000건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99개월째 증가세로 역대 최장 기록이자 전문가 전망치인 17만6000을 대폭 상회하는 수치다. 실업률은 3.9%로 소폭 올랐으나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해 견조한 오름세를 유지했다.
12월 고용보고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모건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이로운 보고서"라고 평가했고, 네이션와이드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공포는 지워버리라"면서 "침체 공포는 분명히 과장됐다"고 말했다.
디렉시온의 폴 브리간디 이사는 시장의 불안이 파월 의장의 변신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블룸버그에 “시장 움직임이 (연준 변화의) 최대 동력임이 분명하다”면서 “파월 의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알렸다"고 말했다.
중국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소식도 세계 2대 중국 경제의 급격한 냉각을 우려하던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4일 인민은행은 오는 15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은행의 지준율을 총 1%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난다.
이제 시장의 눈은 자연스럽게 미중 무역협상에 쏠리고 있다. 양국은 오는 7~8일 중국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 협상을 재개한다. 지난달 미중 정상이 만나 무역전쟁 90일 휴전을 선언한 뒤 양국이 마주앉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실무진을 이끌고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이번 협상에 걸린 판돈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최근 양측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으나 중국 측의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대두 수입 재개 등 유화적 조치를 내놓고는 있지만 미국의 경제개혁 요구에 얼마나 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보조금을 비롯한 불공정 행위의 근절과 시장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유라시아그룹의 마이클 허슨 아시아 디렉터는 "시장의 민감도를 감안할 때 양측은 협상에서 진전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실질적 진전을 증명할 지표는 조만간 최고위급 협상단의 추가 협상 일정이 발표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진전이 있으면,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를 비롯한 중국 대표단이 이달 안에 미국 워싱턴DC를 찾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과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각에서는 애플의 분기 매출 전망 하향과 미국의 12월 제조업 지표 악화로 미국 역시 중국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경제 둔화는 “미국을 유리한 (협상) 위치에 올려두었다"면서 협상 우위를 이용해 중국을 계속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