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원래 민주화 투사였다? 상생의 지혜를 읽는 100년의 기로

2019-01-02 10:51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아주경제 2019년 연중기획에 들어가며...

[엄청난 힘으로 큰 나무를 감아오르는 칡덩굴의 위력.]




# 우화 하나.

갈나라당과 등나라당이 있었다. 갈당은 왼쪽을 고집하며 기어오르고, 등당은 오른쪽을 고집하며 기어오른다. 소나무 하나를 두고 서로 비슷한 키의 덩굴로 자라나면서 두 당은 소나무를 차지하기 위해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 감아대며 서로를 옥죄었다. 한번은 이기고 한번은 지면서, 그들은 끝없이 소나무를 감아올라갔다. 이윽고 숲을 헤치고 하늘을 보게 되었을 때 갈나라당은 갑자기 온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등나라당도 마찬가지였다. 서로에 결박된 채 두 덩굴은 수분과 영양을 공급할 줄기가 말라갔다. 이윽고 고사한 가운뎃소나무가 허튼 바람에 부러져 쿵 하고 쓰러졌다. 양쪽에서 감아올랐던 갈당과 등당의 이미 죽어가는 줄기도 툭 끊어져 함께 지상으로 흩어져 내렸다. 소나무가 쓰러진 자리에 갖은 풀들이 솟아올랐지만, 죽은 갈당 뿌리와 등당 뿌리에선 다시 아무 것도 돋아나지 않았다.
 

[서예가 박황재형이 쓴 신년기획 휘호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 우화 둘

원래 갈당과 등당은 서로 잘 통하는 당이었다. 서로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 다른 가지를 벋는 당이었다. 소나무는 작은 초목들의 자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솔잎으로 햇빛을 가리고 드센 뿌리로 수분을 다 빨아들이며 끈적끈적한 송진을 제초제로 활용해, 키작은 식물들을 모두 죽였다. 갈나라당과 등나라당은 저 소나무 독재를 물리치기 위해 소나무의 그늘을 벗어난 먼 곳에 임시정부를 차렸다. 거기에 뿌리를 내린 뒤 소나무 아래로 열심히 기어서 다가왔다. 소나무가 열심히 송진을 뿌렸지만, 갈당과 등당은 그 부분만 잠깐 죽었을 뿐 뿌리에서 공급된 영양과 수분으로 다시 살아나 소나무를 타고 올랐다. 둘은 결국 합세하여 소나무를 감아 하늘까지 치솟았고 큰 나무를 고사시켰다. 소나무가 죽은 자리에선 갈나라당과 등나라당 뿐 아니라 모든 초목들이 저마다 솟아올랐다. 숲의 민주화를 이룬 건 저 양쪽의 힘이었다.

#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갈(葛)은 칡덩굴이며, 등(藤)은 등나무 덩굴입니다. 갈등이란 이견을 지닌 이들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를 시험받는 장입니다. 대한민국은 임시정부 출범 이후 100년간 수많은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일으켜왔습니다. 제국주의의 외세 갈등에서 시작한 우리는, 갖은 정치갈등 사회갈등 남녀갈등 외교갈등 정권갈등 세대갈등 이민갈등 이념갈등 대북갈등까지를 겪어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저 갈등의 본질을 읽고 좀더 성숙해져야할 시기를 맞았습니다. 새로운 100년은 갈등을 인식하고 포용하고 해결하여, 위대한 이 나라의 저력을 일으켜야할 중대한 시험대입니다. 칡과 등나무가 협력하여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내는 저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아주경제는,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라는 연중기획으로, 100년의 신시대를 열자고 주창합니다.



                                      이상국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