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넘어 상생으로]①정치보복 아닌 합의…DJ 정부서 배워라

2019-01-02 18:53
이념 갈등
작년 신고집회 탄핵 때보다 57%↑
갈등 해결 집권세력이 먼저 나서야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ajunews.com]


갈등(葛藤)의 한자어는 칡나무(葛)와 등나무(藤)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그린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나 정서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다. 이런 갈등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적잖은 사회학자들은 갈등을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한층 나아진다고 설파한다. 그렇다면 2019년 대한민국이 직면한 수많은 갈등은 과연 더 좋은 세상을 가져올 ‘진통’의 과정일까? <아주경제>는 그 답에 대한 단초를 신년기획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를 통해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선고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100일 뒤면 탄핵 선고 2주년이다. 탄핵 심판은 국민이 주인임을 확인하고 한국 민주주의 완성에 기여한 판결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후 정권이 교체됐지만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은 해결되기는커녕 양측의 골은 더 깊어가고 있다. 두 진영의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어졌고, 소통은 단절 상태에 이르렀다.

극단의 이념 대립으로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은 잠잠할 틈이 없다. 탄핵 전처럼 올해도 반복적으로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6만2254건으로 집계됐다. 집회를 신고하고 실제 개최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했다. 12월까지 합하면 모두 6만7913건의 집회가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가 시작된 2016년(4만5836건)이나 정권이 바뀐 2017년(4만3161건)의 집회·시위보다 약 57%나 급증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서울 도심에서 매주 열리는 진보단체와 보수단체의 집회는 정권교체와 맞물려 더욱 극심해진 이념갈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놓고 갈라진 진보·보수 단체의 집회가 대표적이다. 추측만 난무하던 김 위원장의 방남은 없었지만 환영과 반대의 남·남 갈등만 남았다. 이념 갈등이 더욱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에서도 남북문제를 둘러싼 이념 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됐다. 12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9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추진된다는 가정 하에 김 위원장의 국회연설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조사는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7.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 결과 찬성(매우 찬성 20.0%, 찬성하는 편 26.7%) 응답이 46.7%, 반대(매우 반대 25.7%, 반대하는 편 14.5%) 응답이 40.2%로 집계됐다. 특히,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층(찬성 70.6% vs 반대 16.9%)에서는 찬성 여론이 70%를 상회한 반면, 보수층(19.3% vs 69.3%)에서는 70%에 근접한 응답자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행선을 달리는 진보와 보수 갈등의 단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칼자루를 쥔 집권 세력이 갈등 해결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출범했을 때를 생각해야 한다.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을 살해하려했던 박정희 정권을 탄압하려 했느냐”며 “오히려 박정희 기념관 설립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정부·여당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소장은 “보수 진영은 적폐청산 프로세스를 하나의 민주주의나 확립과정으로 보는 게 아니라 불행하게도 ‘당했다’며 정치적 보복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어야 하는데 정치 보복이 도구화 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패자인 보수가) 정치 보복으로 느끼지 않게 승자(진보 진영)가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