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택공급 절반은 '민간 손'에 달려…공급 실현가능할까?

2018-12-26 15:37
도심형 주택공급·저층주거지 활성화…판은 서울시가 깔아도 이후는 민간 역할
"서울 아파트 수요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서울시 주택공급 혁신방안 및 세부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2022년까지 서울시내에 공공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한다. 서울시는 이번 공급 계획을 통해 공공주택을 대폭 늘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급의 절반가량이 민간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서울시는 1·2차 주택공급 방안에서 발표한 2만5000가구에 이어 추가 5만5000가구에 대한 세부적인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공급안을 보면 △부지 활용(2만5000가구) △도심형 주택 공급(3만5000가구) △저층주거지 활성화(1만6000가구)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가구) 등으로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공급대책 8만 가구 중 절반이 민간의 손에 달려 있는 점이다. 앞서 1·2차 공급 대책을 통해 발표한 2만5000가구는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800가구) 등 서울 ‘노른자 땅’ 위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안이다. 부지활용 대책은 송파구 성동구치소 발표 때처럼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서울시가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밀고 나가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문제는 도심형주택공급방안이나 저층주거지 활성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는 나머지 5만5000가구다. 서울시의 대책에서 가장 많은 공급이 이뤄지는 도심형 주택공급은 상업·준주거지역의 주거 확대,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등으로 확대·상향분의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들 물량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범사업 추진 등을 통해 물꼬는 틀 수 있더라도 큰 흐름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서울시는 주거비율 확대와 용적률 상향이 가능하도록 현재 서울시도시계획조례를 개정 중으로 개정이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 3년간 한시 운영할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기대와 달리 향후 3년간 민간사업자들이 적극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1만7600호를 공급하는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도 내년에 SH공사가 시범사업을 추진한 뒤부터는 온전히 민간의 손에 공급 여부가 달려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부지 복합화 등 공공예산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안을 제외하고 용적률 상향, 저층주거지 활성화 등은 서울시가 판을 깔더라도 공급은 민간의 손에 달려 있다"며 "공급의 시기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변수다"고 말했다. 이어 "소형주택이나 임대주택이 공급될 전망이어서 청년이나 신혼부부의 수요는 높을 수 있으나 서울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완벽히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3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이유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시점에 집중하기 위해서다”라며 “완화에 시한을 두면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재건축 단지 내 공원 등을 줄이고 공공주택을 늘리도록 하는 안에 조합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평가에 “임대주택이 기부채납으로만 들어가는 게 아니고 법정 상한으로도 들어가기 때문에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