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의 방담록] 양동 중국 인민대 블록체인 연구소장을 만나다

2018-12-25 10:04
- "블록체인 기술, 사회주의적 분배정의와 맞아"

 

양동 중국 인민대학교수 겸 블록체인연구소장이 제니와의 방담에서 블록체인과 사회주의적 분배 정의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제니 방담록의 두번째 주인공은 중국 인민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장이신 양동 교수입니다. 첫번째 중국인 대담자로 양동 교수를 선택한 것은 그가 중국 블록체인 기술발전의 이론적 토대를 만든 주요 인물 중 한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를 만난 건 지난 10월 하순 어느 쌀쌀한 날 인민대학교 교정에서였습니다. 늦가을이어서 어둠이 비교적 빨리 찾아온 날입니다. 그가 공식 행사에 참석 중이어서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저녁 연회에 합석한 후 방담을 진행했습니다.

블록체인의 탈중심화 철학은 자칫 무정부주의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사회주의 철학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양동 교수는 '클라우드 공동권익(众筹共票) 이론'으로 탈중심주의 철학이 사회주의의 근간인 공평한 분배와 정확히 부합한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시진핑 정부가 블록체인을 사회주의 발전의 엔진으로 적극 지원하는 건 이같은 이론적 바탕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는 "블록체인은 생산관계를 정의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AI는 생산력이고 빅테이터는 생산재료"라고도 했습니다. 블록체인이 AI와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인간 사이의 생산 관계에 중대한 변혁을 몰고올 것이란 게 그의 생각입니다.

일반이 생각하는 블록체인 개념과 중국사회에 기반한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는 접근 방법이 달라 보였습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에 뿌리를 둔 시장경제 노선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탈중심주의가 자본주의 병폐인 독점적 횡포를 막는 대안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이 사회주의 사상을 뒷바침하는 구심점이 되고, 오히려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건전한 산업발전이 가능한 토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양동 교수는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가치는 이익분배 관계를 조정하는 데 있다"고 했습니다. 생산 수단을 가진 소수 자본가가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블록체인이 깬다는 의미입니다. 데이터를 제공한 소비자와 노동자가 그에 대한 대가로 이익을 분배받는 사회구조가 블록체인으로 인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생산관계의 재조정이 실현된다는 것입니다.

클라우드 공동권익이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Token) 경제에 대한 양동 교수식의 해석을 함축한 말입니다.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주주들이 회사의 이익을 공동 배분하듯, 토큰의 개념위에 새로운 분배의 매커니즘을 제시하고 싶다는 게 양동 교수의 포부입니다.

양동 교수는 법학자이지만 블록체인 관련 입법과,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정책 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력이 상당히 화려한 편입니다. 인민대학 법학원 부원장이면서 핀테크연구센터장이기도 합니다. 인민대학 최초로 블록체인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블록체인 관련 과목을 처음 개설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귀양과 청도, 중경 등 지방정부 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 관련 수석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중국 국무원과 최고인민법원의 인터넷 금융 관련 입법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사회기금 관련 기술 법률서인 레드테크(Regtech)를 집필, 관련 정책 수립의 이론적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레크테크란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핀데크 관련 규제 대응 비용을 줄이는 기술을 말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 금융 규제와 관련한 기업 또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양동 교수는 "블록체인이 정부의 통치, 감독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본주의의 그 것과 차별되는 사회주의적 금융시스템을 건설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는 시진핑 정부의 행정 목표인 '간정방권(簡政放權)'에도 블록체인이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정방권은 행정 시스템을 간소화하고, 권한 분산을 통해 정부의 혁신을 꾀한다는 시진핑 정부의 이념입니다.

중국에선 이미 이같은 일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호남성 누저시는 각종 행정상의 등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비전을 밝혔습니다. 주주명부 등기와 부동산 등기, 세무 등기 등 거의 모든 등기가 블록체인을 통해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누저시 블록체인 망을 통해 회사를 설립하고, 세금을 내며, 부동산 거래를 할 수 있다면 가히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세계는 지금 4차산업혁명이 진행중이고 그 기저에는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혁명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경제, 디지털 문명의 핵심이자 통행증입니다. AI와 빅데이터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이 없이는 도약할 수 없습니다.

그는 방담 내내 "블록체인이 무정부주의를 의미한다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동 교수가 지방정부와 진행한 첫 프로젝트는 귀양시 '스마트정부 프로젝트'였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정부의 정무 능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획였습니다.

귀양시는 귀주성 성도로 중국 정부가 지정한 빅데이터 산업 시범도시입니다. 빅데이터 산업은 블록체인 기술과는 불가분의 관계로 귀양시에서 블록체인 관련 첫번째 백서가 발표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중국 정부는 귀양시에 클라우드 산업단지를 구축,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산업의 실험기지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엑스포를 유치하면서 귀양시는 신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했습니다.

귀양시가 발간한 블록체인 산업 백서는 업계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블록체인 산업화와 관련된 국가의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백서가 강조한 것은 블록체인의 합법성입니다. 블록체인 산업이 정부의 주도로 발전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도 백서가 갖는 중요한 의미입니다. 이같은 백서가 가능한 것도 어찌보면 양동 교수가 제시한 클라우드 공동권익 이론이 배경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대륙을 통치하기 위해 작은 도시를 정책 실험의 표본으로 지정합니다. 중국이 개혁개방 당시 심천을 테스트 베드로 시장경제를 점진적으로 허용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입니다. 귀양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전국 각지로 나가 블록체인 관련 정책 수립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양동 교수 역시 귀양시 프로젝트 이후 청도와 호남 누저시, 항주 등에서 블록체인 관련 다수의 민관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로 정부가 주도하는 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에 관한 대책과 입법에 관한 자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란 특정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해주는 일종의 규제프리특구를 말합니다.

양동 교수는 "블록체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통해 생산관계의 변혁을 실현하고, 규칙을 다시 정립해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래서 "블록체인은 디지털 경제의 기초 시설"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사회주의 이념인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면 양동 교수의 공동권익 이론은 장래 노벨상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덕담으로 대담을 마쳤습니다.

양동교수의 저서로는 '인터넷+금융=크라우드 펀딩', '연금유법 : 블록체인 사업 실천과 법률지남', '블록체인+감독관리=법률체인 (RegChain)' 등이 있습니다.


 

제니의 방담록의 제니. 


◇ 제니 = 샤오미 한국 총판 지모비코리아의 정승희 대표. 한국 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자청하며, 테크노인문학에 심취해 있다. 중국 당나라 시대의 한시를 번역한 '당시 산책, 마음가는 대로'를 출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IT 산업의 비전을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가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IT 산업의 미래비전을 전문가들과 공유하는 게 방담록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