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경제 3~4년 후가 더 걱정”

2018-12-19 09:21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고용 영향 적지 않을 것"

18일(화)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우리경제의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서울 중구 한은본부에서 열린 송년만찬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3~4년 후, 한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도체가 성장세를 지탱하고 있지만 이것도 얼마만큼 지속할지 자신할 수 없다”면서 “반도체 경기가 급락하고 일부 어려움을 겪는 업종에서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세계 도처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함께 미래 경제를 선도할 첨단기술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과 경쟁이 기업 뿐만 아니라 국가차원에서도 숨 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새로운 선도산업의 육성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 같이 공감하면서도 그 성과가 미진하다”며 “그러는 사이 저출산-고령화나 부문간 불균형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점점 우리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규제완화와 투자확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당사자들의 이해상충과 기존 사고방식과 관행 등에 가로막혀 있다는 게 이 총재의 말이다.

그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마침 어제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응방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년 후 우리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새로운 각오로 미래 성장동력이나 선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다면 장기적으로 그 이익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의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에 대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내년에는 기업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로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2.7%) 하향 조정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내년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보다 크게 악화할 것 같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 경로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잠재해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켜봐야 할 대외리스크로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을 꼽았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도, 실물경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예의주시하면서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의 기저에는 경제 외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되면서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