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사태' 숨고르기 돌입…美中 협상 결과에 명운 걸렸다
2018-12-12 16:33
멍완저우 부회장 보석, 미중 협상 지속
車관세인하·대두수입 등 中 유화제스처
첨단굴기 상징 화웨이, 협상 판도 좌우
車관세인하·대두수입 등 中 유화제스처
첨단굴기 상징 화웨이, 협상 판도 좌우
미·중 무역 협상 과정에서 돌발 악재로 떠올랐던 '화웨이 사태'가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
양국 모두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협상 결과에 따라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은 물론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 전체의 명운이 달렸다는 게 중론이다.
대이란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된 멍 부회장은 1000만 캐나다달러(약 84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캐나다 법원은 그에게 내년 2월 6일 법정 출두 명령을 내렸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화웨이 사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중국 상무부는 전날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및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며 협상 스케줄을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보다 진전된 협상 내용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의 공식 확인은 없었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무역적자 감축 외의 사안들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은 중국의 강제적인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침해, 비관세 장벽, 사이버 침입 등이 협상 의제에 포함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가 협상의 판도를 좌우할 핵심 사안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 1위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이자 차세대 모바일 표준인 5G 시장을 주도하는 화웨이는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상징하는 기업이다.
멍 부회장의 체포에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멍 부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를 포함한 화웨이 사태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무역 협상에 유익하고 국가 안보에 이롭다면 확실히 개입할 것"이라며 "(멍 부회장이 풀려날 지 여부는) 협상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멍 부회장 개인을 위해 협상에서 양보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이 화웨이를 볼모로 삼아 양보를 요구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미 화웨이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서 입지를 잃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 장비를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국 이동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도 5G 통신망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제외하기로 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는다면 화웨이에 대한 압박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은 그동안 첨단산업 육성 의지를 강조하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WSJ는 류 부총리와 므누신 장관 간의 통화에서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계획 변경을 고려 중이라는 내용까지 다뤄졌다고 전했다.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국이 엄청난 양보를 선택했는지 여부는 내년 3월 초 협상 종료 시점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멍 부회장과 화웨이의 운명도 결정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