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나경원 vs 김학용’ 2파전으로…유기준·김영우 ‘불출마’(종합)

2018-12-09 17:44
‘안정’ 택한 나경원, 충청권 재선 정용기와 러닝메이트
‘전문성’ 고려 김학용, 초선 비례 김종석과 러닝메이트
유기준·김영우 불출마…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못구해

나경원 의원(왼쪽)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송년세미나 미래성장 경제정책 포럼 '경제정책, 대한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하며 정우택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11일 오후 3시 열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9일 마감됐다. 관심을 모았던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경원 의원은 정용기(재선·대전 대덕) 의원을, 김학용 의원은 김종석(초선·비례) 의원을 각각 지명했다.

또 다른 후보였던 유기준 의원과 김영우 의원은 이날 등록 마감시한까지 정책위의장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원내대표 선거는 나경원-정용기 팀과 김학용-김종석 팀으로 진행되게 됐다.

한국당은 원내대표 후보와 정책위의장 후보가 한 팀이 돼 경선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 후보들은 계파 및 지역 등을 고려해 정책위의장 후보를 선정한다. 원내대표 후보들이 박빙 경합을 펼치는 경우엔 정책위의장 후보군이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되기도 한다.

먼저 기자회견을 연 것은 김학용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정책위의장 후보로 김종석 의원을 소개했다. 초선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은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한 것으로 잘 알려진 한국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다.

김종석 의원은 한국당 지지율 답보 상태 이유로 “지금 정부보다 더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을 정책정당으로, 가치정당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정책위의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으로 하는 보수가치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대안임을 설득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한국당의 정책 콘트럴 타워를 맡아야 한다”고 했다.

김학용 의원이 초선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이룬 것은 신선하다는 평가다. 다만 김종석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 시절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 계파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나 의원도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 의원의 러닝메이트는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충청권의 정 의원이다. 정 의원은 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사무처 공채 1기로 대전 대덕구청장을 두 차례 지냈다.

정 의원은 “저는 지난 28년간 정치활동을 해오며 단 한 번도 사람 중심의 계파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구현하는 길만을 고집하며 흔들림 없이 걸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조위 체제를 부활시켜 모든 의원들이 정책활동에 참여하는 보람을 느끼실 수 있는 시스템 정당, 정책아이디어가 용솟음치는 정당, 정책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이 재선의 정 의원과 러닝메이트를 이룬 것은 안정감을 택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수도권-충청권으로 지역 안배 또한 고려했다. ‘범친박’을 등에 업는다는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다만 정책 전문성 면에선 김종석 의원에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회성 IPCC 의장 초청특강, 'IPCC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본 신기후체제와 우리의 역할'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위의장 후보를 찾지 못한 유 의원과 김영우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계파 정치의 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유 의원은 “우리 당내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계파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후부에서 사퇴하기로 결심했다”며 “우리 당에 남아 있는 계파정치의 잔재가 되살아나 사실상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모습을 보면서 힘겨움과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유 의원은 “당이 무너지든 말든, 보수가 분열되든 말든 상대방의 주춧돌을 빼가는 등의 구태정치가 만연하고 있다”며 “마치 정치력을 과시하는 듯한 주객전도의 모습에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당의 모습이 개선되지 않고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깨끗하고 능력있는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영우 의원도 “정책정당, 특히 경제정당을 위해 경제 전문가를 정책위의장 후보 러닝메이트로 모시고자 많이 노력했으나 부덕의 소치로 실패했다”며 “그 과정에서 아직도 존재하는 계파의 벽도 실감했다”고 밝혔다.

김영우 의원은 “저는 계파갈등으로 치닫는 지금의 원내대표 선거 양상을 매우 우려한다”며 “이런 분위기가 전당대회까지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의 통합과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학용 의원과의 단일화가 점쳐졌던 김영우 의원은 “어떤 특정 계파의 후보를 지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계파단일화는 그 어떤 경우에도 배격한다는 것이 제 변치않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