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장서 ‘취임 100일’ 맞게 된 손학규 "최선 다해 끝까지"
2018-12-09 17:16
오는 10일 취임 100일…“나를 바치자”
고희(古稀)를 넘긴 노(老) 정치인의 눈빛은 결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야 3당의 불참 속에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에도, 본회의를 마친 양당의 의원들이 국회를 빠져나갈 때에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본청 로텐더 홀에 마련된 단식 농성장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손 대표가 앉아 있는 자리 앞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즉각 도입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오는 10일이면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로 취임한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난 9월 전당대회 출마 당시 “온갖 수모와 치욕을 각오하고 나섰다”던 그는 당 대표 취임 100일을 단식 중에 맞이하게 됐다.
9일 로텐더 홀에서 만난 손 대표는 정장 차림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면도도 깔끔하게 한 상태였다. 손 대표는 “내가 제대로 서있지 못하는 시간까지는 깨끗하게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초췌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는 노 정치인의 자존심이 담겨 있었다.
예산안이 통과될 당시의 심경을 물었다. 손 대표는 “내가 죽어야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날로 상황이 좀 끝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 그런데 예산안을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그냥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아이고, 저 사람들한테 기대할 게 없구나. 내가 칠십 넘게 살았는데 나를 바치자’ 이런 생각을 했지.”
건강 상태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손 대표는 운동을 위해 로텐더 홀을 몇 바퀴 걷기도 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는 “몸은 아직 좋다. 이제 만 사흘밖에 안 됐고 지금은 아직 걱정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날 오전에 고혈압이 검진됐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사실상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의사가 없어 보인다. 12월 임시국회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날 찾아온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몇 차례 타박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건강을 생각해야지 않느냐”고 말하자, 손 대표는 “건강을 망치자고 단식을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김 비대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하고 가깝지 않으셨느냐. 당론이 문제이니 김 비대위원장이 잘 좀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끝까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렵지 않겠느냐’ 어렵게 꺼낸 질문에 손 대표가 답했다.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르는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 해서 끝까지 할 것이다. 내 대(代)에 안 된다고 해도 지금의 정치체제로 가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