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 “대한민국 중재 경쟁력 세계 수준…글로벌 시장서 인정받을 것”

2018-12-03 07:00
취임 100주년…“중재 건수 내년 2배 이상 늘리겠다”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이 지난달 20일 취임 100일을 맞아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중재원의 목표와 세부 계획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우리나라에서 법원을 통한 소송은 연간 100만건입니다. 그에 반해 중재는 연간 400~500건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제 국민들에게 분쟁해결에서 중재라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택지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호원 대한상사중재원장은 취임 100을 맞아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있고, 현실에 맞게 실현하는 것이 과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는 국내외 상거래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발생한 분쟁을 중재, 조정, 알선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원장은 “중재는 분쟁당사자 간의 합의로 분쟁을 법원의 재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에 의해 최종 해결하는 제도”라며 “이미 경제 선진국에서는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이 일반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전 세계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 권위 있는 중재 기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내외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쟁 당사자들은 중재를 위해 각 기관이 위치한 국가를 방문하면서 항공, 숙박 등 연계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재는 법원을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의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이 원장은 “중재는 각 분야의 전문가인 중재인이 판정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수 있는 단심제로 운영된다”면서 “대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의 비밀을 보장해주는 비공개 심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재제도를 찾는 이유는 많은 장점이 있어서다. 이 원장은 “법원을 통한 소송에서는 내가 재판을 받고 싶은 판사를 지정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며 “하지만 중재는 분쟁 당사사가 합의한 중재인을 선임해 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양쪽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중재는 소송과 달리 중재로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중재합의가 있어야 절차가 개시된다.

판사가 아닌 중재인이 결정을 내리며 3심이 아닌 단심으로 끝난다는 점도 소송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인터뷰 내내 이호원 원장은 중재제도에 대한 장점을 말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이 해당 직무의 특성을 고려해 현실성 있는 중재를 이끌어 내기 때문에 합리적”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이 꼽는 중재의 다른 장점은 저렴한 비용과 신속한 절차다. 그는 “분쟁이 발생하면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당사자 간에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억 규모의 공사 과정에서 5000만원을 두고 분쟁이 생겨 소송으로 간다면 직·간접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관계는 더욱 틀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중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소송에 소용되는 비용보다 저렴하고, 해당분야 전문가를 중재인으로 선임할 수 있어 양쪽을 만족시키는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대한상사중재원이 밝힌 중재의 장점은 △신속한 분쟁해결 △진술기회 및 비밀보장 등으로 나뉜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재는 복잡하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분쟁도 신속하게 처리해 정상적인 사업 활동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 중재사건의 평균 소요기간은 6개월이며 1억원 이하의 국내사건은 평균적으로 3개월 이내에 처리된다.

아울러 전문가인 중재인이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판정을 내리며 심리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된다. 중재 과정은 물론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기업의 영업비밀과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돼 기업 또는 개인 신용도의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중재재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아 활용이 낮은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한 중재 활용은 생각보다 간편하다. 중재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분쟁당사자 간에 중재합의가 있어야 한다. 중재합의란 분쟁을 중재에 의해 해결하기로 하는 당사자간의 합의를 말하며,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중재합의는 계약서의 분쟁해결조장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재합의는 사전에 계약서의 한 조항으로 규정해두는 방식과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 별도의 서면으로 작성하는 방식 모두 가능하다.

대한상사중재원은 분쟁이 발생한 후에는 중재합의가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 체결 시 계약서상에 중재조항을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중재이외에도 분쟁해결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원장은 “중재원은 알선, 상담, 조정의 역할도 하고 있다”며 “모두 개인부터 기업까지 분쟁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선이란 각종 민‧상사거래에서 발생한 분쟁을 분쟁해결의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대한상사중재원의 직원이 개입해 당사자 간 원만하게 해결을 주선하는 제도를 말한다.

알선은 비용이 들지 않고, 당사자 간의 비밀을 보장하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거래관계를 지속시키는 장점이 있다. 이 원장은 알선을 통한 분쟁해결 성공률은 50~60%에 달한다고 전했다.

조정은 분쟁해결 전문가인 조정인이 당사자가 원만한 합의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분쟁해결 절차다. 조정에서 합의에 이르면 분쟁해결합의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는 민법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다.

조정은 전문가의 조력을 받으면서 엄격한 법적 기준보다는 당사자 간의 기준, 거래관행, 도의적 측면 등을 반영래 실질적 분쟁 해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체계적인 중재 관련 서비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지난 1966년 대한상공회의소 내 국제상사중재위원회가 발족한 이래 주무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16년 법무부로 바뀐 이후에도 계속 중재원 관계자들이 발로 뛰며 중재규칙을 만들고, 중재제도의 필요성을 알린 덕분이다.

법무부도 올해 중재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재제도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중재활성화 및 유치, 분쟁해결시설 설치 및 운영, 중재 전문 인력 양성 등 중재산업 진흥기반 조성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런 흐름을 타고 대한상사중재원이 1966년 이래 쌓아온 중재 역량과 노하우를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 중재력 경쟁력이 인적, 물적 모든 부문에서 수준급에 도달한 만큼 세계에서 인지도를 쌓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중재제도를 널리 알리는데 힘쓰고, 해외에서는 한국의 경쟁력을 전파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