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ㆍ독일서도 화웨이 경계심 고조..美 입김 작용했나

2018-11-30 15:44
美 화웨이 장비의 안보위협 브리핑 후 영국·독일서 부정적 기류 확산

[사진=AP/연합]


영국과 독일이 중국 화웨이의 5G 장비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주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설득 작업을 벌이는 가운데 화웨이 보이콧이 세계적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2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안보 관계자들은 이날 화웨이에 통신 장비의 결함을 바로잡지 않을 경우 관계 악화를 초래하는 위험이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 산하 국가사이버안보센터(NCSC)가 영국에 납품하는 화웨이 장비와 관련해 "다양한 범위의 기술적 결함을 우려하고 있으며 화웨이가 반드시 고쳐야 할 개선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안에서도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이 5G 네트워크 시장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할 것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외교부와 내무부를 중심으로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게 독일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미국 관리들이 화웨이에 대한 안보 위협을 브리핑한 뒤 달라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이 5G 네트워크 도입을 앞두고 장비 공급업체 선정을 준비하는 가운데 화웨이는 5G 구축에 선두주자로 꼽혀 왔었다는 것.

다만 영국이 5G 장비 공급사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거나 현재 이용 중인 화웨이 통신 장비를 제거할 가능성은 낮다고 영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이 우려하는 것은 화웨이가 중국 기업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화웨이 장비가 통신 네크워크를 사이버 공격에 노출시킬 수 있는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보다폰 및 BT와 같은 주요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영국이 미국의 입김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RUSI의 라파엘로 판투치 국제안보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면서 대중 정책에서 동맹들의 단합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영국에서도 중국과 관련한 논의는 점차 강경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화웨이 5G 장비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나라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다. 미국과 상호 첩보 동맹을 맺고 있는 영어권 5개국인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 중 3곳이 화웨이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달 미국은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 안보 관리와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안보 위협에 대해 설명하면서 화웨이 장비 보이콧을 설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