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쓰지 말라" 설득

2018-11-23 10:23
화웨이 장비 통한 中 당국의 정보 수집 및 사이버 공격 우려

[사진=AP/연합]


미국 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을 상대로 중국 화웨이가 만든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는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미국 관리들은 현재 화웨이 장비를 널리 사용 중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동맹국의 정부 관리 및 통신 업체 임원들을 만나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사이버안보 리스크에 관해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 국가들에게 통신장비 개발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늘리는 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은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에서 화웨이 장비가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화웨이 장비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감한 안보 정보를 수집하거나 통신을 방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국방부는 자체 위성과 통신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만 많은 군사시설에서 통신은 상업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세계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조밀하게 연결되고 사이버 공격의 위협이 높아지면서 미국은 중국을 비롯해 적성국에 도움이 되는 첨단기술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며 ‘기술 냉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중국 반도체업체 푸젠진화에 기술 및 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기술 도둑질 혐의로 푸젠진화를 기소하는 등 중국의 핵심 기술기업을 겨냥한 압박도 점차 높이는 양상이다.

미국 의회는 2012년 화웨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 미국 시장으로의 접근을 차단했으나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선도하는 화웨이의 영향력 확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미국의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대로 가다간 차세대 먹거리인 5G의 패권이 화웨이에 넘어가는 상황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전자·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휴대전화 기지국이나 인터넷 네트워크, 통신 기간시설 장비 부문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IHK 마르키트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은 2017년 기준 28%로 1위다.

특히 화웨이는 4차 산업의 핵심 기술로 통하는 5G 부문에서 막강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5G 표준기술에서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는 61건에 달한다. 관련 특허 중 23%를 차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