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이 비둘기파?…이코노미스트들은 "글쎄"
2018-11-29 11:26
美연준 파월 의장 "금리, 중립수준 바로 밑"…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 시장 환호
이코노미스트들 "성장둔화, 인플레이션 약화 발언 없어…비둘기 성향 확신 못해"
이코노미스트들 "성장둔화, 인플레이션 약화 발언 없어…비둘기 성향 확신 못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중립금리' 발언에 시장이 환호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2% 넘게 올랐고, 달러 값은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파월이 아직 시장이 생각하는 만큼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지배적인 생각이라고 마켓워치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금리가 여전히 역사적인 기준에서 낮다"며 "성장세를 가속화하거나 감속화하지 않는, 경제에 중립적이라 할 수 있는 광범위한 수준 바로 아래(just below)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파월의 이날 발언을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했다.
월가의 유력 이코노미스트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렇게 보기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감속의 직접적인 명분이 돼야 할 성장둔화나 인플레이션 약화 등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에이버리 션펠드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파월이 비둘기적이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연준은 중립 수준을 넘어서길 바란다고 밝혔다"며 "그들이 중립을 원하면, 돌아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한 방송 대담에서 "금리는 여전히 완화적이지만, 우리는 중립적인 지점까지 점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중립을 지날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선 중립으로부터 한참 멀리 있는 듯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은 상당히 매파(강경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션펠드와 애시워스 모두 파월이 이날 연설에서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한다는 힌트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상하고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전부터 12월이 네 번째 인상시기가 될 것으로 봤다.
애시워스는 파월이 아직 뚜렷한 비둘기파 성향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내년에는 3월과 6월에 금리를 인상하고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금리인상 횟수가 당초 예상보다 한 차례 줄게 되는 셈이다.
션펠드 역시 내년 금리인상 횟수가 두 차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는 또 이듬해에는 연준이 정책기조를 뒤집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 출신인 로베르토 페를리 코너스톤마크로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이날 발언이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금리에 미리 정해진 경로가 없으니, 연준이 꼭 중립 수준을 넘어 긴축을 할 필요도 없다는 게 파월 의장이 시장에 전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연준이 과거 통화긴축기처럼 경기둔화를 야기할 때까지 계속 금리를 높이는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립서비스'를 한 셈이라는 얘기다.
칼 탠넌바움 노던트러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백악관 압력 때문에 10월 발언에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소셜미디어상의 얘기는 질색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파월 의장이 저금리 기조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탠넌바움은 금리에 대한 파월 의장의 생각이 지난 9월 FOMC 기자회견 이후 크게 바뀐 것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그가 다음달 FOMC 회견에서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 정례회의는 다음달 18~19일에 열린다. CME그룹에 따르면 미국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연준의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은 이날 현재 82.7%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