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외부 인재 수혈·조직 개편 등 통해 그룹 혁신 예고

2018-11-28 17:25

구광모 (주)LG 회장. [사진=(주)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임원인사에서 외부 인사 영입 등 미래 준비 의지를 드러냈다.

LG그룹 지주사인 (주)LG는 28일 이사회를 통해 2019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지난해 단 한명도 없었던 외부 인사 영입이 3명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김형남 전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으로, 김이경 전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을 인사팀 인재육성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그룹의 미래 동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각 분야의 전문가다.

구 회장은 최근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다국적기업인 3M 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내정하며 형식을 깬 인사 원칙을 선보인 바 있다. 1947년 LG의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향후 구 회장의 '뉴(NEW) LG'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그간 인수·합병(M&A)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LG가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홍 사장의 영입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베인&컴퍼니 코리아에 재직하며 다양한 산업분야의 포트폴리오와 성장 전략, M&A, 디지털 환경과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필요한 기업의 혁신 등에 대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전략 사업인 전장부품 부문의 강화도 예견된다. 자동차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부사장이 이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은 계열사 간 의사소통을 확대해 상호간 시너지 확대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각 계열사에서 경험이 많은 주요 임원들이 대거 지주사로 이동했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부사장을 (주)LG CSR팀장으로, 이재웅 LG유플러스 전무를 법무팀장으로, 정연채 LG전자 전무를 전자팀장으로, 강창범 LG화학 상무를 화학팀장으로, 이재원 LG상사 상무를 통신서비스팀장으로, 김기수 LG유플러스 상무를 인사팀 인사담당으로 임명했다.

(주)LG의 밑그림을 현실화할 각 계열사에 대한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일례로 LG전자는 이날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 태스크'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로봇사업센터는 새로운 로봇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고기술경영자(CTO), H&A(생활가전)사업본부, 소재·생산기술원 등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던 로봇 관련 조직과 인력이 통합된다. 센터장은 ㈜LG 기획팀장을 역임한 노진서 전무가 맡는다.

자율주행사업 태스크는 앞으로 자율주행과 관련한 중장기적인 투자와 역량개발에 집중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윤용철 전무가 리더에 선임됐다.

LG전자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 연구개발(R&D)센터'도 신설한다. 또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CTO 산하로 이관해 AI 관련 기술융합에 속도를 낸다.

LG전자는 AI, 사물인터넷(IoT), 5G(세대) 등과 관련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전사적인 시너지를 도모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CEO 직속 조직인 '융복합사업개발센터'를 '융복합사업개발부문'으로 승격하고 황정환 부사장을 유임시켰다.

또 사업단위 책임경영 체제 강화를 위해 CEO 산하에 있던 생산과 구매 조직을 각 사업본부 산하로 이관해 사업 완결형 조직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5개 사업본부 체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단, 솔루션 관점의 사업모델을 확장하고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VC(전장부품)사업본부'는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사업본부'로, 'B2B(기업 간 거래)사업본부'는 'BS(Business Solution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한다.

LG전자는 글로벌 B2B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유럽,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지역대표 산하에 고객 밀착형 조직인 'BS지역사업담당'도 신설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주)LG의 파격적인 인사와 주요 계열사의 조직개편을 통해 자신의 향후 행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며 “새해 LG그룹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