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정비사업 곳곳서 '유찰'…이유는?

2018-11-26 14:22
도정법 강화에 수주 과열경쟁 자제 분위기 확산

최근 시공사 입찰이 불발되는 정비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 전경. [사진= 아주경제DB]


시공사 입찰이 불발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들이 현장설명회에는 참여하지만, 입찰에는 보수적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한 과천 주암장군마을 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현대건설만 참여해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경쟁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던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현대건설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던 사업지로 입찰에 참여해봐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시공사 입찰을 진행한 경기 평택시 합정주공 835번지 일대 재건축도 유효경쟁 조건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됐다. 출사표를 던졌던 대림산업·삼호 컨소시엄은 참여건설사가 없어 유효경쟁이 무산될 것으로 예상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의 시공사 입찰에는 롯데건설만 응찰해 자동으로 유찰됐다. 대치 구마을3지구 재건축 사업은 올해 강남권 마지막 사업지였다. 천호3구역도 대림산업이 나홀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이 무산됐다.

정부가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불거지는 건설사들의 비리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면서 출혈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초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시행했고, 지난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물론 홍보용역업체 등은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 홍보 금지, 이사비와 이주비 등 제안이 금지된다. 또 건설사가 조합원들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 기존 형사처벌 외에 시공권 박탈과 최대 2년간 입찰 제한 등의 행정처분이 추가됐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공정 경쟁을 유도할 목적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건설사들은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수주경쟁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사업지를 선점한 건설사가 경쟁 없이 시공권을 확보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호흡이 긴 재개발·재건축 사업 특성상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건설사와 후발주자의 경쟁구도로 수주경쟁이 벌어지는데, 최근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후발주자가 무리하게 뛰어들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면서 "먼저 들어와 홍보활동을 벌인 건설사가 유찰 이후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가 선정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빠른 사업진행이 절실한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건설사 관계자는 "무분별한 사업은 지양해야 하지만 정비사업 특성상 사업이 지연될 경우 고스란히 사업비 증가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