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산다” 수산식품산업클러스터, 혁신 성장 블루칩으로 육성 할 시기

2018-11-25 13:45

[사진=조영제 부경대 명예교수]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 명예교수 조영제


식품산업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가장 기본적인 산업이다.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짐에 따라 식품 생산‧가공 기술은 첨단화되고, 기능식품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미래 유망산업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전 세계 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6조3000억 달러로, 자동차·IT·철강 산업을 합친 것(5조6000억 달러)보다 크며, 우리나라의 식품산업 역시 2006년 약 95조원에서 2016년 205조원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최근 1인 가구, 경제활동인구의 증가로 집밥 문화에서 벗어나 외식문화가 대중화되고 간편식품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가격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친환경‧유기농‧웰빙 등 프리미엄 시장과 가성비에 초점을 맞춘 실속형 시장이 최근 식품시장의 양대 축이다.

수산식품산업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바다의 잡초(seaweeds)’로 불릴 정도로 외국인들에게 생소했던 해조류가 김스낵의 열풍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 식품으로 탈바꿈하면서 식품 단일품목 중 최고 수출액을 기록하였다. 학창시절 도시락 반찬으로 즐겨 먹었던 어묵도 고급 연육을 이용한 ‘어묵 베이커리’라는 새로운 시장으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산업은 냉동품 등 단순가공품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장개방 가속화, 어업인구 감소, 식문화의 급속한 변화,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량 감소 역시 우리 산업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다.

수산강국 노르웨이는 수산물 생산‧가공‧유통인프라 및 선진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연어와 고등어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였다. 반면 수산물 소비량 세계 1위, 수산물 수입 10위, 수출 25위의 우리나라는 그 위상에 비해 산업이 처한 현실은 초라하기만 하다.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신(新)소비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로드맵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 연구개발과 인재육성에 대한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필요한 분야를 가장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최대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집중화’ 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대학‧연구소, 지원기관이 한곳에 모여 있을 때, 정보와 지식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클러스터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있으며, 네덜란드 푸드밸리, 덴마크·스웨덴 외레순 클러스터는 식품분야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에 따라 2012년 전북 익산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였다. 그러나, 선도 유지가 중요하고, 산지를 중심으로 냉동창고‧가공공장 등 필수 인프라가 조성된 수산식품의 특성상 비효율적이고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수산식품은 수산식품만의 클러스터 모델이 필요한데, 해양수산부에서 해역별 특성과 수산물의 특수성을 고려한 ‘수산식품 수출가공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매우 다행스럽다.

수산가공에 한 평생을 몸담은 사람으로서 수산식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반갑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양식‧어획 등 생산 증대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수산업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수산식품산업의 발전이 중요하다.

수산식품산업클러스터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연구소‧지원기관과도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지식확산 등 외부 경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조성 초기 단계에 클러스터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촉매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산업연구원의 ‘한국주력산업의 미래비전과 발전전략’에서는 식품산업이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와 함께 연평균 2% 이상의 성장세로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다. 수산식품이 연구개발(R&D)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과거의 산업’이 아닌 ‘미래의 산업’으로 발전한다면, 국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서 고용 창출과 수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