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계법인 노조에 '덩치' 따라 온도차

2018-11-20 17:44
대형 회계법인 말 아껴ㆍ중소회계법인 "작은 곳은 문닫아야 할 것"

황병찬 전국사무금융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장. [사진=전국사무금융노조 제공]


사상 처음 출범한 회계법인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회사 덩치에 따라 제각각이다.

20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조 삼일회계법인지부는 이달 15일 설립총회를 열었다. 노조는 초대 지부장으로 황병찬 회계사를 뽑았다.

삼일회계법인은 회사를 세운 1971년부터 줄곧 노조가 없었다. 노조가 세워진 단초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앞서 근로자대표를 뽑다가 불거진 부정선거 의혹이다.

삼일회계법인은 국내 회계법인 가운데 가장 큰 회사다. 1등이 1호 노조를 만든 셈이라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병찬 지부장은 "노조 가입자가 100명을 넘어섰고, 지금도 신청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현철 전국사무금융노조 미비국장은 "무사히 안착한다면 다른 회계법인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직 동종업계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은 말을 아꼈다.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고, 한영회계법인 측도 "애초 근로자대표를 선임하지 않아 논의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런 입장 차이는 유연근무제에서 비롯됐다. 안진·삼정회계법인은 근로자대표단을 뽑아 유연근무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반면 한영회계법인은 유연근무제 없이 52시간 근무제를 지키기로 했다.

대형 회계법인이 노조 출범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데 비하면 중소 회계법인 쪽에서는 불안감이 크다. 한 중소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은 곳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5~10년은 두고 적용해야 할 문제를 1년 만에 끝내려고 하니 죽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젊은층'은 대체로 노조를 반겼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장은 얼마 전 보도자료에서 "해마다 1000여명이 회계법인을 떠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조 설립으로 회계사가 전문가적인 양심을 가지고 일하게 돼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올해 회계사시험에 합격한 A씨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B씨도 "처우가 나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