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상영 NBP 클라우드 서비스 리더 “4차산업 핵심 영토 클라우드, 해외 빅4 독식 막겠다”

2018-11-20 15:29
데이터 매년 급증...저장소 '클라우드' 서비스 4차혁명 핵심 기술로 주목
아마존, MS, 구글, IBM 등 빅4가 세계 시장 80% 점유...네이버 도전장
네이버, 클라우드와 보안 자체 서비스 제공...공공기관과 병원 등서 각광

한상영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클라우드 서비스&비즈니스 플래닝 리더[사진=네이버]


클라우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각종 IT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서 빌려 쓰는 서비스 방식을 말한다. 별도의 장치나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최근 주요 산업의 고도화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데이터의 양이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대신 보관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기업은 서버 등 IT인프라 구축·관리 비용을 아껴 주력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클라우드 기업의 인공지능(AI) 분석 툴을 활용해 저장한 데이터를 분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미래 먹거리도 발굴한다. 클라우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한 이유다.

그러나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아마존웹서비스, AWS)과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빅4가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 클라우드 시장이 막 개화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국내 검색 포털 1위 네이버는 "클라우드 시장을 내주면 나라를 잃는다"는 사명감으로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네이버의 IT플랫폼 자회사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이끄는 한상영 클라우드 서비스&비즈니스 플래닝 리더(사진)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와 더불어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와 로보틱스, 자율주행, 5G, 사물인터넷(IoT) 등이 흔히 말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엄청난 데이터를 유발한다. 전세계 데이터의 90%는 불과 2년 전에 생성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데이터는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쌓여갈 것이다. 이 데이터들이 갈 곳(저장)인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하고, 인력을 뽑아 관리를 해야 한다. 비용 소모가 크다. IT인프라 구축으로 정작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기업이 발생한다. 또한 클라우드에 쌓인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인사이트를 도출하고 전략을 세우는 것도 기업에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IT인프라와 AI 알고리즘 등 모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긴 어렵다. 클라우드는 이같은 수고를 덜어준다.
 

한상영 NBP 클라우드 서비스&비즈니스 플래닝 리더[사진=네이버]



―클라우드와 AI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다

그렇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고, 이를 분석할 기술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클라우드 빅4 기업은 모두 고도의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PC, 서버 등 하드웨어 기업으로 유명했던 IBM은 주력 산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이때 함께 기술 개발에 집중했던 분야가 AI(왓슨)였다.

―한국에서 다른 주요 사업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클라우드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데이터센터부터 관련 장비,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도 들어간다. 단기적으로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안나오니까 주요 기업에서도 밀어주기가 어려운 사업이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독식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 성장할 것이다. 아직 초입이다. 시장의 판은 점차 커지는데, 특정 사업자가 이를 잠식하면 일방적 요금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에서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 등 오피스 프로그램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지 못한 것도 한글과컴퓨터의 한컴오피스라는 토종 대체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온라인상에서 제공되는 비즈니스다. 현실 세계로 비유하면 클라우드 사업자는 건물주다. 온라인 영토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 락인돼 버리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구글세 등의 이슈보다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자체 클라우드 사업을 두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국내 클라우드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네이버는 어떻게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나

처음부터 클라우드 사업을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와 라인, 밴드, 스노우 등 관계사에 IT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 시초다. 1999년부터 네이버 내부의 IT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가 2009년 NBP로 출범했다. 삼성그룹의 삼성SDS, LG그룹의 LG CNS 등과 같은 역할이다. 네이버 관계사 서비스의 인프라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효율성 향상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해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NBP의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점차 늘어났다. 외국계 클라우드 이용자들이 민원 처리 등에 불편을 겪자, 한국 사업자를 찾은 것이다. 당시 네이버는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다. 내부에서만 제공하던 IT인프라 서비스를 패키징해 2017년 4월부터 본격적인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했다.

―타 사 대비 경쟁력은

우리는 사업 규모나 인력적인 면에서 아마존 대비 아직은 부족하다. 마치 포털 시장에서 네이버가 구글과 싸웠던 것과도 같은 격차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본 것은 타 사 고객의 불만이 많다는 점이었다. 외국 기업은 서비스의 장애가 있을 때 대응이 늦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에 지사가 있고 본사는 해외에 있어 피드백이 느리다.
반면 우리는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빠르게 서비스에 반영한다. 외국 기업이라면 수개월에 걸쳐서 진행될 이슈를 빠르면 1~2주 이내에 처리한다. 고객이 원하는 부분,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채울 수 있다. 상품 수도 차이나지만 많이 따라잡은 상황이며, 가격 경쟁력도 밀리지 않는다.

―한국은행과 건국대병원 등 보안성이 중요한 산업에서 네이버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포털이다보니 보안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회사다. 디도스부터 다앙한 공격을 받았지만 사고 없이 방어해왔다. 네이버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중에 보안관제, 침해대응 등 매니지드 시큐리티(Managed Security)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유일한 사업자다. 다른 사업자들은 보안 전문 업체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네이버의 보안 경험을 반영하다 보니 공공기관과 의료 부문에서도 믿고 사용한다. 지난달에는 국제표준화 기구에서 의료정보보호 시스템 인증(ISO27799)도 받았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가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자 정보유출 등 보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 적용될 분야는 공공과 금융, 의료는 모두 데이터가 중요한 영역이다. 클라우드 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금융당국의 판단을 지지한다. 다만 보안 정책과 관련해선 가이드라인 등이 디테일하게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개인 데이터와 신용 데이터가 해외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터지면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클라우드상의 보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아마존 등의 서버에 중국 스파이칩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떠들썩했는데, 중요 데이터에 대한 보안 이슈는 클라우드에서 더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