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구서’ 들이미는 민주노총…딜레마 빠진 민주
2018-11-15 17:00
오는 20일 총파업 예고…당정, 야당 공세 속 관련 발언 자제 ‘냉가슴’
김병준 “이 나라는 민주노총 나라인가…문 대통령, 야당과 손 잡자”
김병준 “이 나라는 민주노총 나라인가…문 대통령, 야당과 손 잡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여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와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공공기관 고용세습 논란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을 놓고 정권과 마찰을 빚는 민주노총을 향해 일제히 강도 높은 비판을 퍼부었다. 하지만 14~15일 이틀간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발언을 자제하며 ‘확전’을 피하는 모습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맹비판하며 공세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제1여당인 한국당의 원내사령탑은 모두 노동계 출신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노총은 진보, 한국노총은 보수계열 정당과 손을 잡아왔으나 지난 대선에서 양대노총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대검찰청 점거에 이어 청와대와 국회 등 서울 인근 수십여곳에서 동시다발적인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민주노총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국정 독립을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시 살아나기 힘들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노총과 결별하고 오히려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고용지표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간 것도 형편없는데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 침낭을 깔고, 국회까지 들어와 농성을 벌이며 난장판을 벌이는데도 정부의 대처를 보면 민주노총의 나라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이 계속 촛불 청구서를 내는데 그 청구서가 얼마나 되길래 이렇게 꼼짝 못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여러 세력과 결별한다는 각오를 세워야 산업 문제도 해결하고 우리 경제도 살릴 수 있다”면서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노동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하면 우리 당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앞장서서 돕겠다”고 약속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지만 친노동계 성향인 정의당은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정미 대표는 상무위원회에서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민주노총은 약자가 아니다’부터 시작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민주노총은 고집불통이고 대화가 되지 않는다’까지 정부와 여당이 연일 민주노총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노총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노정(勞政) 파트너십의 당사자인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언행을 신중히 해야 한다”면서 “마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귀족노조’와 다름없는 언어로 민주노총을 상대 못할 대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노총 시위가) 타인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기물을 파손한다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민주노총이 공권력 대표 기관을 점거하면서까지 시위를 하고 있다’라는 김영우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면서 “그런 행위가 신고 되지 않은 행위일 경우, 채증 등의 방법으로 의법 조치할 수 있는 여러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민주노총이라서 손을 못 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특정 집단이 삼권을 다 좌지우지한다는 그런 일도 있을 수 없다”면서 “다만, 대한민국의 조직된 노동자 단체로서 자제해달라고 여러 가지 요청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