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도시 성장 앞으로가 더 눈부시다? "최고정책 입안자 머릿속 읽어야"

2018-11-09 08:10
새로운 성장동력…도시수출 대상이자 북한 경제특구 모델
도시화율 2050년 두배로 껑충
'중부권', 하노이·호찌민 이을 핫 플레이스

 

주한베트남대사관과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가 주최한 '베트남 도시 및 산업단지 개발 세미나'가 8일 서울대학교 39동에서 열렸다. [사진=윤주혜 기자 ]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고민 중이다. 하나는 우리의 급속한 산업화 시대의 경험을 살린 도시수출, 즉 해외개발이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 경제특구에 대한 연구로, 베트남 모델이 가장 유력하다. 베트남의 도시개발은 앞의 두 사례에 모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최대식 LH토지주택연구원은 8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베트남 도시 및 산업단지 개발 세미나’에서 이처럼 말하며 “베트남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보다 더 압축적이고 다이내믹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엔(UN)이 발표한 도시화율(Urbanization) 지표를 보면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2010년 30%에서 2050년에 60%로 두 배로 껑충 뛴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 가장 급격한 증가율이 될 전망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베트남의 성장세에 맞춘 도시개발의 전략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싱가포르 국영기업이자 전문 투자기업인 Semcorp의 박병현 수석 매니저는 “이름은 ‘산업단지’이지만 정체성은 계속 바뀌고 있다”며 제조업에 치중한 과거의 산업단지 모델은 더 이상 베트남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매니저는 “구로산업단지처럼 처음에는 오염물질을 유발하는 공장들이 입주했다가 나중에 아파트 등 거주지역이 생기면 클린산업단지로 바뀌어가듯 베트남도 유사한 과정이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레지던스와 커머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Semcorp가 진행하는 VSIP프로젝트는 2400만평을 개발하며 이중 1500만평이 상업거주지역이다”고 소개했다.

조경훈 OCS도시건축 소장은 “투자유치, 산업육성, 도시개발 등 베트남 중앙정부가 도시개발 계획을 짜고 있기 때문에 정책입안자들의 생각을 읽는 게 중요하다”며 “베트남 정부는 최근 서비스산업(3차) 유치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후발 경제구역(EZ)들은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Van Phong, Van Don, Phu Quoc 등 3곳을 새로운 경제구역(SEZ)으로 육성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세미나서는 하노이와 호찌민을 이을 ‘핫’한 지역으로 중부권을 꼽는 목소리가 많았다. 조 소장은 “최근 10년간 FDI(외국인직접투자)누적액 증가를 보면 중부권(17.9%), 하노이권(14.3%), 호치민권(12.7%) 순으로 중부권의 FDI 증가 속도가 빠르다”며 “인천국제공항과 베트남 주요 국제공항 간 항공 노선수를 봐도 중부권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과 베트남 중부권의 산업, 경제, 문화관광 교류 확대를 반영하는 지표다”고 분석했다.

이수민 한국해외투자연구원도 “발전의 축이 바뀌고 있다”며 “호찌민과 하노이를 이을 다음 축은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가 되지 않을까싶다”고 덧붙였다.

강호제 국토연구원 박사는 “한국의 산업단지 모델이 향후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우리는 과거에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해주는 유일한 나라로써,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모델을 참고하는 나라들에 앞으로 제시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금융권서 베트남의 소매금융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개발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활성화돼있지 않다”며 “리스크가 있는 산업단지나 도시개발은 내부적으로 승인을 받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경훈 OCS도시건축 소장은 경험을 통해 해외도시 개발에서 주의해야 할 5가지 전략으로 ▲철저한 현지화 ▲ 파트너십 ▲크리에이티브 ▲매칭 ▲지속가능성 등을 꼽으며 “베트남 최고 정책입안자와 전문가들을 자주 만나 그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