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 대통령, 제1회 한·러 지방협력포럼 축사
2018-11-08 21:27
문재인 대통령은 8일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리면 포항 영일만항은 북한 고성항과 나진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과 자루비노항을 바닷길로 연결하는 물류와 관광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북 포항의 포스텍 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한·러 지방협력포럼에서 이렇게 밝힌 뒤 "동해선 철도가 다시 이어지면 철길을 통해 북한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북방교역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1회 한·러 지방협력포럼 축사이다.
대한민국 경상북도 포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경상북도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본산입니다. 1970년대 포항의 용광로와 대구, 구미의 수출 공단에서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싹 텄습니다. 그 희망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고, 국민 모두의 자긍심이 되었습니다.
포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이곳 포스텍이 상징하듯 철강 산업의 중심지에서 산·학·연이 결합된 혁신산업 도시로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또한 한반도와 극동, 일본을 연결하는 환동해 물류,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혁신이 함께하는 경북 포항에서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이 개최되어 매우 뜻 깊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1990년 수교 이후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작년 양국 간 인적교류는 51만 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교역액도 2016년 보다 41% 증가한 190억불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교역액이 작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습니다. 특히 러시아 극동지역은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중심지역입니다.
오랫동안 역사를 공유했고,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정서적으로도 통하는 곳입니다.
러시아 정부의 신동방정책과 우리의 신북방정책이 만나는 곳도 극동지역입니다.
극동에 진출한 39개의 한국기업이 농업, 수산업, 주택, 교통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양국 간 교역액 3분의 1 이상인 71억불이 극동지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작년에만 10만 명의 우리 국민이 연해주를 방문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저는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톡과 올해 6월 모스크바에서 만나 양국의 우호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했습니다.
한국이 러시아 극동개발의 최적의 파트너임을 확인하고 양국의 협력이 극동지역을 동북아 번영과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또한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실질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양국의 지자체와 지역 기업, 주민이 참여하는 지방협력포럼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오늘이 그 첫 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자리입니다.
포럼을 준비해주신 경북도민과 포항시민,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포럼에 참석해주신 양국의 지자체 대표들과 경제인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러 지방협력포럼은 양국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전면적 교류협력의 길을 걸어가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2020년이면, 양국 수교 30년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30년간 우정과 신뢰를 쌓았고 교류협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이뤘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우정과 성과를 기반으로 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야 합니다.
협력의 영역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더욱 넓히고, 지역이 함께 골고루 번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이 국가 발전의 뿌리입니다. 지자체가 자신의 특성에 맞게 지역 발전을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튼튼하게 뒷받침해야 합니다.
국가 간 교류협력 역시, 지방 간 협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과 기업이 협력의 주역이 될 때 양국의 지역 발전에 가속도가 붙고 양국의 국가발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추진 중인 가스·철도·전력·조선·일자리·농업·수산·항만과 북극항로 등 '9개의 다리 협력'도 중앙 정부의 협력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습니다.
양국 지자체가 지역의 산업별 특성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여 협력할 때 '9개의 다리' 하나하나는 더욱 견실해질 것이며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 극동지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작년 8월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러시아의 '극동개발부'와 힘을 모아 양국 지자체가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습니다. 지역에서부터 양국 국민들이 내실 있는 협력을 이룰 때, 새로운 한·러 관계 30년을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지난 6월 러시아 국빈방문 때, 저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한·러 경제협력에도 새로운 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새로운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앞두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변함없이 강력하게 지지해주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통해 남·북·러 3각 협력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것입니다.
극동지역은 한반도와 유라시아의 물류와 에너지가 연결되는 핵심지역이 될 것입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포항시는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시범사업이었던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경험이 있습니다.
현재는 포항 영일만항과 블라디보스톡항을 잇는 컨테이너 선박이 정기적으로 오가고 있습니다.
지금 영일만항은 2020년 국제여객부두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일본을 잇는 환동해권, 해양관광산업 중심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리면 포항 영일만항은 북한 고성항과 나진항 러시아 블라디보스톡항과 자루비노항을 바닷길로 연결하는 물류와 관광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또한, 동해선 철도가 다시 이어지면 철길을 통해 북한과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북방교역의 핵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 한반도에서 경북은 북방교역의 핵심지역이자 환동해권 물류중심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코즐로프 극동개발부 장관님, 러시아 극동지역 주지사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역사를 움직이는 거대한 물결은 언제나 지역에서 시작됐습니다. 이곳 경북은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운동과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에 앞장 선 지역입니다.
광복 후에는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번영을 이끌었습니다.
오늘 포항에서 출범한 한·러 지방협력포럼은 시대를 앞서갔던 경북의 정신으로 새로운 협력의 물결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극동지역 9개의 주와 대한민국 17개 지자체가 상생과 번영의 길을 함께 걷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내년 연해주에서 개최될 2차 포럼에는 양국의 더 많은 지자체가 참여하게 되길 바랍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는 위대한 여정에도 양국 국민이 함께 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