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지출 확대 속도 조절 필요”…2018 세법개정안 토론회

2018-11-06 18:28
野, EITC 방향은 동의…속도·폭 조절 요구
“효과 불확실한데 세계 최고 수준 확대”

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예산정책처와 경제재정연구포럼이 공동 주최한 ‘2018년 세법개정안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서민지 기자]


2018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근로(EITC)·자녀장려금(CTC) 대폭 확대에 대해 야당과 전문가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빠른 확대속도와 늘어난 세제지원 규모에 대비해 세법개정안의 정책효과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EITC는 빈곤 근로자 가구에 현금을 지원해 주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제도로,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연령요건을 폐지하는 등 대상자를 크게 확대했다. CTC는 저소득가구의 출산을 장려하고 자녀양육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다. 이 역시 이번 개편안에서 30~50만원이던 지급액을 50~70만원으로 인상했다.

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국회 예산정책처와 경제재정연구포럼이 ‘2018년 세법개정안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오는 12일 세법개정안 심사에 착수하는 만큼 여야 공방의 전초적 성격을 띠었다. 각당에서 손에 꼽히는 재정전문가들이 토론자로 나서서 각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은 EITC,  CTC 등 서민과 일자리 지원에 중점을 두고 비과세·감면을 통한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EITC와 CTC를 확대하는 기본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속도와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은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우려했다.

추 의원은 “EITC 확대 수준이 세계 최고인데 영향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는데 써야 할 사람들만 늘어나고 있다. 한 번 확대한 복지지출을 다시 줄이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세수여건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특징은 주요세목에 대한 세제개편 세율인상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5년만 생각하는 틀”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세법개정으로 내년부터 5년간 1조7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발제자로 나선 정문종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 분석실장은 “2020년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부담을 높였지만 올해 정부의 최근 조세정책 기조는 중·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면서 세수감소로 전환될 것”이라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 한다.

전문가들도 재정여력을 따져가며 복지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려금 확대정책을 ‘지출 예산’으로 규정, "세제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는 미약한 상태이고 상호금융 등에 대한 비과세 등이 지속하고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홍인기 대구대 교수 역시 “재정지출에 가까운 환급형 조세제도에 치중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여러 지출 프로그램의 종합적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EITC와 CTC는 일자리안정자금(2조8000억원), 아동수당(1조9000억원),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3조8000억원) 등과 중복 가능성이 크다.

홍 교수에 따르면 9만명의 택시기사가 1년에 EITC 제도로 880억원을 받아간다. 그러나 현재 택시업의 경우 △택시 구매 시 부가가치세 면제 △유류세 면제 △간이과세자 비과세 등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홍 교수는 “받는 사람만 계속받고 실제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이번 세법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에서는 대개 더 많이 걷으려 하는데 도리어 덜 걷겠다는 것은 굉장히 예외적”이라면서 “가계와 기업을 동시에 독려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균형적 발전을 고려하는 두 가지 측면이 들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