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정 "성폭행 피해자라 캐스팅 꺼려한다…버겁다"

2018-11-06 14:52
6일 기자회견 통해 영화계 부조리 폭로

[사진=반민정]


배우 조덕제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반민정이 “성폭행 피해자라 캐스팅 안 된다”며 영화계의 부조리를 폭로했다.

반민정은 6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바실리홀에 기자회견을 하고 영화계의 부조리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더 나은 영화 현장을 위해 영화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촬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민정은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기보다는, 영화계의 일원으로 발언하고자 합니다. 개인으로 영화계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 자리가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지쳤고, 이제는 버겁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만 4년 동안 저는 제 사건이 개인의 성폭력 사건으로, 가십거리의 일종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다 잊히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공대위’의 연대를 바탕으로 제 사건이 영화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그래서 일터에서 저처럼 성폭력을 당하는 이들이 더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제 신상을 공개해 발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덕제의 성폭행 폭로 배경에 대해선 “촬영 현장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자 그들(영화 스태프 및 제작자)은 그 사실을 은폐하기 바빴으며, 피해자인 저를 압박했고, 촬영일 정도 바꾸거나 알려주지 않으며 지속적인 고통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저는 당시에는 그들을 믿었고, 여성 주연이었기에 끝까지 촬영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해 그 몸과 정신으로 촬영을 강행했다. 그러다 더 견딜 수가 없어서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반민정은 자신의 직업이 ‘배우’라는 말이 과거형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성폭행) 피해자임에도 구설에 올랐냐는 이유를 들며 제 캐스팅을 꺼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솔직히 연기를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노동권·인권침해와 성폭력 피해를 외면할 경우 영화계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민정은 앞서 영화배우 조덕제가 지난 2015년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은 40개월 동안 이어졌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조덕제의 혐의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 조덕제의 강제추행죄 및 무고죄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하는 유죄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