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선 데자뷔?…美 중간선거 마지막까지 깜깜이

2018-11-05 14:25
"민주당 하원에서의 대패도 가능" 양당 격차 막판 갈수록 좁아져
"미 사회 분열 가속화"…WP "공화당 패배 트럼프 재선 도울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가 막판으로 갈수록 판세 전망이 힘들어지고 있다. 당초 이번 중간선거는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양당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여론조사 업체 및 선거 예측 사이트들은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가져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2016년 대선 때도 대부분 조사업체의 예측이 빗나갔던 만큼 이번에도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 2016년 대선 데자뷔?…양당 격차 점차 줄어들어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는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 대부분 선거 예측 사이트는 높은 확률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2008년 대선에서 높은 적중률로 신임을 얻었던 선거 예측 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당시 클린턴의 당선 확률을 66.2%라고 전망하면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은 33.8%라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의 데이터 분석 기관 업샷과 역대 대선을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선거 분석 사이트 '새버토 크리스털볼(Sabato's Crystal ball)'도 이날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를 무난하게 이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는 예측을 완전히 벗어났고, 당시 여론조사 및 선거결과 예측 사이트들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예측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4일(이하 현지시간) 하원은 민주당이 승리할 확률이 85.8%로 예측했으며, 상원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유지할 확률을 83.7%로 내다봤다. 새버토 크리스털볼 역시 이번 중간선거에서 미국의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가져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 운영자인 네이트 실버는 지난 3일 ABC방송 '디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하원 탈환에 대해서도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하원에서 이길 승산이 5분의 4(80%)인 민주당 후보들이 있다"면서도 "여론조사가(poll)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버는 하원 435석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이 19석만 차지하거나 혹은 51석을 차지해도 놀랄 필요가 없다.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하다"면서 이번 선거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양당의 격차는 줄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NBC 방송과 공동으로 지난 1∼3일 적극 투표층 774명을 포함해 1000명의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원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50%는 민주당을, 43%는 공화당을 각각 선택했다고 WSJ이 4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10월 중순의 결과와 비교하면 격차가 9%포인트에서 7%포인트로 줄어든 것이다. 

WSJ은 전국적인 여론조사에서는 하원에서 민주당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별로 공화당이 우위를 보이는 곳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ABC뉴스와 공동으로 전국 1255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원의원 선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등록 유권자의 50%가 민주당을, 43%가 공화당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의 격차는 지난 8월 14%포인트에서 9월에는 11%포인트, 10월에는 7%포인트로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클린턴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격차는 유세 초반에는 엄청나게 벌어졌지만, 막판에 급격하게 격차를 좁히면서 결국 역전이 일어났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번 중간 선거에도 '이변'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트럼프式 정치는 계속 

이번 중간선거는 미국의 정치·경제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선거의 영향에 대해 다각도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가 커질 경우 중국과 개발도상국과 관련된 무역전쟁이 다소 소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보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태도는 계속될 것이며, 미국 사회의 분열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에는 오히려 이로울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WP는 지지자들은 양당에 권력을 나눠주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2020년 재선에서 트럼프가 유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권력을 잡을 경우 정책이나 공약 실패를 민주당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WP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