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변곡점…"트럼프-시진핑 담판은 끝 아닌 시작"
2018-11-04 13:42
미·중 정상회담 대타협 기대 크지만, 세부 협상 난항 전망…"中, 성과없는 협상 책임전가 우려"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것이다. 나는 (협상 결과가) 모두에게 매우 공정한 합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는 "(미·중 양국이) 뭔가를 하기에 훨씬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대화(전화통화)를 했다"며 교착상태에 있는 미·중 무역협상의 대타협 기대감을 자아낸 뒤에 나왔다. 두 정상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에 회담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미·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에 대한 초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도 뒤따랐다.
블룸버그가 4일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있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무역협상이 끝이라기보다 시작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될지 모를 합의가 기껏해야 일시적인 휴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당초 예고한 추가 폭탄관세 조치를 보류하거나 일부 폭탄관세 조치를 해제하면서 고위급 관리들이 보다 광범위한 협정을 위한 협상을 벌이는 식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무역협상의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교착상태가 풀리는 것만도 환영할 일이지만, 세부 협상 과정에서 또다시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한 콘퍼런스에서 "두 정상 사이에 적어도 개인적인 합의가 있다면, 중국과 세부안을 논의할 수 있지만 길고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제기한 구조적이고 경제적인 불만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연설에서 사실상 중국을 상대로 '신냉전'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2025'를 정조준한 채 중국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이 대중 폭탄관세 조치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운 것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롯한 국가안보위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무역지표는 트럼프의 대중 무역전쟁 명분을 더 돋보이게 했다. 미국의 지난 1~9월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301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어난 것이다. 미국이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과 일본을 상대로 낸 무역적자의 3배, 6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중국제조2025와 관련해 미국이 문제삼는 정부 보조금을 철폐하거나 줄이는 데 합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첨단산업 육성이 중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경제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 경제를 주도하는 국영기업 네트워크를 당장 해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경제 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시장 개방에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이 최근 대중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해킹 등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서는 중국과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상무부 관리를 지낸 저우샤오밍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 주석이 절대 합의할 수 없는 변화를 계속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우려 중 하나"라며 "중국이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은 성과 없는 협상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