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표준시장단가 적용확대 공익을 위한 예산절감인가
2018-10-31 11:17
동국대 김상범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건설업체의 97% 이상은 중소기업으로, 건설산업은 전반적으로 서민·지역경제를 대표하는 산업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할 것이다. 수출 주도 경제구조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건설산업은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약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주력 산업이다. 과거 눈부신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건설산업은 여전히 내수와 수출 모든 부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경제의 핵심 효자 산업이라고 할 것이다.
경기도에서는 올해 9월 13일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100억원 미만의 건설공사에 대한 예정가격 산정 시 표준시장단가 적용을 제한하는 규정의 삭제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번 개정을 통해 4~5% 예산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건설업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공사에서 지나친 이윤을 남기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의 현황은 그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공공공사를 위주로 하는 토목업체는 약 30%, 1000여개가 줄어들었으며, 연간 평균영업이익률은 한 해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100억원 미만 공사비 조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기업일수록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적정공사비의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관련 부처 TF가 구성돼 공사비의 현실화를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개정은 행정안전부 예규와도 상충되는 것으로,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의 공공건설단가는 지난 10여년간 유사지수들과는 달리 전반적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건설시장의 단가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으나, 10여년 지속적으로 나타난 단가하락 추세는 세계 어느 공공건설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공공발주자 내부에서조차 잦은 유찰과 낙찰업체의 부도 등으로 공공공사비의 현실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생기고, 공사비와 관련한 대규모 정부탄원과 대국민 호소대회 등이 잇따라 열리고 있는 건설업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예산절감이라는 이유로 이번의 제도 개선을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국가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번 개정이 산업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발주기관 갑질이나 불공정관행으로 보는 산업계의 시선 역시 존재하고 있다.
대학에서 건설 관련 전공에 대한 기피현상과 취업난은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국가 경제발전과 고용을 견인해 온 산업, 향후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건설시장의 현황 그리고 미국, 일본 등의 건설업 활황과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건설산업만이 역주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산업, 적정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는 산업, 우수인력이 외면하는 산업은 결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건설산업은 대한민국이 '버릴 수 있는 산업'이 결코 아니라는 점, 내수와 수출의 경제 양축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산업이라는 점이다. 정상적이지 않은 공공공사비 산정체계에서 단편적인 기준의 변화를 통한 예산 절감 노력이 이미 심각할 정도로 열악해진 국가 기간산업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이번 경기도의 정책 추진으로 산업 전반의 혼란과 불신이 커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공공공사비의 결정구조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놓고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 학계가 협력해 상생산업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려는 노력 역시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