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중국이 보는 북·중 경협 방향과 야심

2018-10-30 10:13
중국, 북한 개방으로 '독점적 지위' 잃을까 초조
농업,·원자력·금융·개발구 등 경협 방향 제시, 北 장악 야심

지난 6월 중국을 세번째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환영연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세 차례의 김정은·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북·중 경제협력은 확대되고 중국의 관련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중국이 보는 북·중 경협의 도전과제와 고민

중국 학자들은 북·중 경협이 네 가지 도전에 직면했다고 인식한다. 우선, 북·중 경협은 계속해서 엄중한 대북제재의 제약을 받을 것이다. 둘째,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협력은 점점 치열한 국제 경쟁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 북한의 열악한 투자환경 개선은 장기적인 과제인 데다 수많은 투자실패 사례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넷째, 대북제재로 대기업의 북한 투자 회피와 단기 투자 중심의 민간 중소기업 위주 투자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중국의 가장 큰 고민은 하나로 보인다.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90% 이상을 장악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렸지만,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시장 개방이 추진되면 중국의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 경협과 북·미 경협의 영향으로 중국의 역할이 순식간에 제한될 수도 있다. 평창 외교와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시작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현상에 중국은 매우 민감한 상태다. 

◆중국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과 중국의 두려움

중국 학자들이 보는 북한의 문제점은 네 가지이다. 북한에는 △자주경제와 원조경제의 모순 충돌 △핵·경제 병진노선 전략의 불균형 △경제 개발구의 발전 선도력과 전시효과 미흡 △산업과 국제무역 구조의 안정성 결여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북한이 △에너지 △교통 △식량 △외환 분야에서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필자가 보는 중국의 대북 경협 딜레마는 세 가지이다. 첫째, 합당한 대북 투자의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막상 적당한 파트너가 없다. 둘째, 중국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독점지위 상실을 막고 정치·외교의 전술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중국의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중국의 국익 추구는 한국과 주변국들의 역공을 초래해 결국 대북 주도권 상실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중관계가 앞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러시아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는 북·중 경협의 의미와 향후 협력 방향

대북 경협 딜레마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일부 학자들은 북·중 경협에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성공적인 경험은 북·중 경협 추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북·중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기반으로 기초설비, 에너지 자원, 산업 건설 등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날로 격렬해지는 국제경쟁이 사회주의 국가인 북·중 경협 확대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할 수 있다. 

북·중 관계의 핵심에 대한 중국 학자들의 생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사회주의 동질성 강조’다. 하지만 오랫동안 필요할 때마다 사용해온 ‘사회주의 동질성’이 북·중 경협에 대한 중국의 독점지위를 보장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에 필자는 중국이 북한 개방에 기대감도 있지만 초조함이 더 크며, 이에 따라 경제적으로 북한을 장악해 막강을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중국이 제시하는 북·중 경협 4대 항목과 숨겨진 야심

최근 중국 학자들은 네 가지 북·중 경협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농업이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토지 이용해 버섯·야채·콩 등 공동생산 △북·중 농산품·삼림 가공 △북·중 농업기술 교류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중국의 전문가를 북한에 파견하여 농작물 품질개량 교육과 농업 신기술 교류를 추진하고, 생산된 농산품과 목재를 북한 및 (주로)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농산품 시장과 목재 자원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둘째, 핵 발전소 건설 투자다. 중국은 북한에 △핵 발전소 건설 자금 지원 △핵 발전소 설계·건설 기술 제공 △원자력 기구의 핵 사찰·감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제안했다. 이는 일대일로 해외투자의 성공 사례가 될 것이며,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속내에는 북한 핵무기와 개발시스템에 대한 독점이라는 야심이 있다. 

셋째, 금융영역의 협력이다. 북한의 금융 발전을 위해 전문가를 파견하여 △금융 관리·감독 강화 △은행개혁 강화 △보험시장 발전 가속화 △증권시장 건설 가속화 △내국공채 발전 촉진 △농업 금융시장 개방 가속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하는 것 등이 언급된다. 이 역시 북한의 금융·외환시스템을 종속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넷째, 경제 개발구 공동운영이다. 중국은 북한에 △개발구 내 시장 현황 공동조사 △개발구 내 시장 공동설립 △공동 운영의 3단계 발전 전략을 추진하는 데 이어, 이를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모든 개발구를 공동 운영하려는 것은 북한의 대외무역을 전부 장악하려는 속셈이다.

◆남북 공동의 한반도 미래전략 수립이 필요

오랜 대북제재로 산업화 추진을 위한 외환·기술력·기본 인프라의 부족은 북한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중요한 장애물이다. 엄청난 자원 보유와 풍부한 노동력을 제외하면, 정치 불안정성을 포함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북한의 개방과 발전은 국제사회의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분단에 이은 민족의 또 다른 비극이 될 것이다. 남·북·미의 양자 및 3자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북은 한민족의 미래와 한반도의 발전 목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베트남과 중국의 경험에 한국의 발전모델을 융합하고, 남북이 공동으로 단순한 ‘꿈’이 아닌 ‘한반도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