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칼럼] 북·중관계 정상국가론의 틈새 준비
2018-07-01 13:18
북·중관계 회복됐지만 '혈맹' 아닌 '정상 국가' 강조하는 중국
중국 역할 커지면서 새로운 대응 必, 시장화 전략 준비해야
중국 역할 커지면서 새로운 대응 必, 시장화 전략 준비해야
싱가포르에서 지난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만남으로 지구촌의 주목을 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과 1주일 뒤인 같은 달 19일 베이징에 다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베이징 방문으로 들뜬 중국은 최근 북·중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달라진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북·중관계는 회복, 그러나 "혈맹이 아닌 정상국가 관계"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으로 집권한 김 위원장은 올해 3월 25~28일 처음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5월 7~8일 2차 다롄(大連)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달 3차까지 불과 3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중국을 찾았다.
실제로 중국 언론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연락보다 중국을 먼저 선택했다며 북·중관계가 확실히 회복되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통적 우호관계를 회복하고 있지만 수십년 전의 ‘혈맹관계’는 ‘정상 국가관계’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중관계 정상국가론'의 의미
그리고 이번에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에도 중국이 '혈맹'을 거부하는 태도를 필자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 ‘중국 국익론’이다. 이는 중국의 국익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북·중관계가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중국의 힘을 빌리려면 중국의 국익에 따라야 함을 북한은 물론 한·미 양국에게까지 강요한 것이다.
둘째, ‘중국 역할론’이다. 중국은 특히 한국과 미국을 향해 북·중관계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북한의 비핵화에는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중국의 역할을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는 ‘차이나패싱’에 대한 강력한 거부다.
◆중국이 보는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목적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중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공동합의문에 대한 설명 △유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중국의 협력 요청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자문 요청 등의 세 가지로 분석했다.
중국 언론들은 특히 대북제재 완화 전에 중국의 자본과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는 북·중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꼽았다.
필자는 이 외에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 반출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중국 전문가 중 일부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반출한 후 보관하는 데는 중국이 가장 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핵물질을 보관하였다가 북한이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핵 연료가 필요할 때 위험성을 제거한 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북한 비핵화는 불가역적 ‘시장화’와 동시 진행해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북·미 수교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비핵화 이행안 제출을 요구 받은 김 위원장은 숙제를 하다 말고 과외 교습을 받고자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이와 함께 북한 비핵화 여정이 다시 미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력한 비핵화 압박에 시달린 김 위원장이 중국에 일종의 보험을 신청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중관계에서 북한은 더욱 중요한 빅딜 카드로 부상했다. 결국 북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도 남·북·미·중 4자 회담의 형태로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한·미 양국은 단계별·동시적 해결을 주장하는 북한과 몽니 전술을 앞세울 중국을 상대로 시간과의 암투를 준비해야 한다.
북·중관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길 방법은 없을까?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를 완전히 이루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는 동시에 북한이 추진할 시장개방 정책에 부응하는 북한 주민 대상의 친(親)시장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체제로부터 개인을 분리시키고 북한의 체제 결속을 이완시키며, 결정적 순간에 상상할 수 없는 역사를 만들 수도 있다. 역사는 준비된 반복 현상이다.
필자: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중국 차하얼(察哈尔)학회 고급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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