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 붕괴에도 "이게 끝 아냐"

2018-10-29 22:10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열린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코스피가 거의 2년 만에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1800선을 지키기조차 힘겨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가 29일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대책이 나오진 않았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한국 증시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대외 불안요인들은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다. 외국인은 우리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코리아'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에만 우리 증시(코스피·코스닥)에서 4조60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아시아 시장 전반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2013년 6월(코스피·코스닥 합산 5조1284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미국 기업의 실적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졌고, 위안화의 절하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돼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의 매도에는 한국 경기 하강 우려와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매도세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증시가 더 취약했던 이유는 갈등 당사국인 중국과 미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경제 구조 때문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에 달한다"며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1월 증시 변동성 더 커진다

1900선 붕괴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정보팀장은 "다음 달 코스피가 최악의 경우 185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패권 다툼 양상으로 흐르는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노선 강화를 감안해 11월 코스피 범위로 1900∼2150선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월 코스피 범위를 1950∼2120선으로 내놓았다. 그는 "국내 증시는 역사적 저평가 수준에 진입했다"며 "최근 글로벌 주가 급락은 경기침체 신호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선제적 위험관리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물론 미국 경제의 리세션(경기침체) 신호는 아직 없다. 다만 기초여건(펀더멘털)보다 시장 외적인 변수의 영향이 우세한 상황이다. 변동성 국면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승민 팀장은 "11월에는 미국 중간선거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란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며 "이는 증시 변동성을 추가로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1월 초반까지는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며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우려가 여전하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불확실성도 증시에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대응책 고심했지만 '뒷북'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안정화를 위해 코스닥 스케일업펀드 3000억원을 포함해 증권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증권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고, 이 자금이 증시에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셀 코리아'에 대해서도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그는 "외국인 채권자금 역시 올해 들어 순유입을 지속했고, 9월 이후 채권 만기 도래 등으로 소폭 순유출로 전환됐다"며 "그러나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지난해 북한 핵실험 때와 비교해 채권자금의 순유출 규모는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대표 12명과 자산운용사 대표 9명 등도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모여 긴급 자본시장 점검회의를 열었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지난 25일부터 '자본시장 급변동 대응 매뉴얼'에 따라 가동한 협회 내 대책반을 시장상황 개선 시까지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 채권시장, 자금동향, 펀드시장, 외환시장, 기관투자자 매매동향 등에 대해 실시간 점검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겠다"며 "시장 전문가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효율적으로 시장을 점검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백약이 무효였다. 개인투자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가하락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줄을 이었다. 주식시장 대책을 세워달라는 청원에는 현재까지 2만4000명 이상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