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아마존’ 경쟁…롯데 ‘순항’ vs 신세계 ‘주춤’

2018-10-30 03:00
신동빈, 이커머스에 12조 투자…내년 인력 400여명 채용 ‘내실 다지기’
정용진, 하남시민 반대로 온라인센터 설립 좌초…‘1조 투자 유치’ 난항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그래픽=아주경제 DB]


‘한국판 아마존’을 향한 롯데와 신세계 간 이커머스 경쟁에서 일단 롯데의 출발이 순조롭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최근 출소 이후 첫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e커머스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반면,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공언한 하남의 온라인센터 설립이 좌초된 상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 전자상거래사업의 심장부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이커머스)의 본사가 기존 을지로4가에서 내달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

앞서 지난 8월 1일 공식 출범한 롯데 이커머스본부는 김경호 대표 주도 하에 IT 관련 신규 인력 400명을 내년까지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기존 인력 1000명에 더해 추가 채용 인력까지 1400여명의 인력 풀을 갖춘 이커머스본부는 롯데월드타워 내 총 2개층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이 출소 이후 처음 발표한 그룹의 향후 5년간 투자 계획을 통해 내비친 이커머스부문에 대한 애정과도 맞닿아 있다. 신 회장은 향후 투자금액 50조원 가운데 25%인 12조5000억원을 온라인 사업 확대와 복합쇼핑몰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도 지난 5월 이커머스본부 출범을 알리며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 온라인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유통부문에서 가장 애정을 두고 있는 부문이 이커머스”라면서 “신 회장이 롯데닷컴 법인을 설립해 경영을 시작한 인연도 있고, 4차 산업혁명시대 유통의 핵심 채널로 이커머스 부분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롯데가 이커머스 부문에 적극 투자하며 몸집을 불리는 반면 신세계는 당초 계획했던 하남 온라인센터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울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최근 하남시민들의 계속된 반대로 인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하남사업본부에 토지매입 청약철회 요청서를 지난 26일 제출, 입찰을 최종 취소했다. LH 또한 입찰 청약금 50억원을 위약금 없이 신세계에 돌려줘 양자 간 토지 계약이 최종 무산됐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3월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센터를 만들겠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당시 발표 직후 신세계는 LH와 하남 미사지구 자족시설용지(2만1422㎡)를 972억원에 매입하는 가계약을 체결하며 온라인센터 설립에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하남시민 대다수가 “물류기능이 포함된 온라인센터가 들어오면 교통난과 안전·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본계약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신임 하남시장 또한 온라인센터에 반대입장 공문을 보내오면서 끝내 하남시에 온라인센터 설립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당초 신세계가 홍콩계 사모펀드를 통해 유치한 1조원대 투자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신세계는 투자가 유치되면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각각 분사시킨 온라인 별도법인 설립과 온라인센터 설립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간의 우려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1조원대 투자 유치는 온라인센터 문제와는 별개의 부분”이라면서 “이마트의 브랜드파워와 SSG닷컴 등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유치한 터라 조만간 투자사 측에서 확정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른 지역에 온라인센터를 유치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하남시 외에 다른 복수의 지자체에서 유치 의사를 밝혀온 상태”라면서 “수도권 동부권이 물류기능적으로 필요한 터라 경기도 구리나 남양주, 광주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