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신이 내린 직장’의 가족과 친인척은 有罪인가
2018-10-30 05:00
서울교통공사 정규직화 논란의 진실과 거짓
올해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거둔 최대의 수확은 서울교통공사 채용 문제의 쟁점화일 것이다. 최악의 실업난에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 불리는 공사와 공기업을 목표로 삼은 취준생이 많은 현실에서 사내 연줄을 통해 비정규직으로 쉽게 입사했다가 정규직이 됐다면 공분(公憤)을 사기에 좋은 소재다.
발전 공기업 5개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친인척 문제가 불거졌지만 서울교통공사처럼 뜨겁지는 않았다. 서울시 산하 최대 공기업이고 차기 대권주자인 박원순 시장의 관할인 서울교통공사는 야당의 국감 호재이고 언론도 연일 기사를 썼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을 자체 감사에 맡기지 않고 중립적인 감사원 감사를 공식 요청했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비리 관련자가 나온다면 형사고발과 면직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직원 채용이 투명해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박 시장은 2016년 구의역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 관련 업무는 협력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영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거나 신규 채용된 직원이 1285명. 이 중 8.7%인 112명이 사내 가족이라는 조사가 나오자 야당은 특혜 채용이자 고용세습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사내에 가족이나 친인척이 많다고 곧바로 채용비리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 신한은행 같은 경우 부부직원 수가 전체의 8%인 1126명에 이른다. 최근 여성의 공무원시험 또는 기업의 채용시험 합격률이 늘어나면서 사내 커플이 많아졌다.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부부직원 비율이 5%를 상회하고 서울교통공사도 4.2%에 이른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오래된 회사이고 직원 수도 많다 보니 가족이나 친인척 등을 통해 교통공사를 잘 알게 돼 입사를 준비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된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중 35명은 구의역 사고 이전부터 근무한 사람이고, 작년 3월 17일까지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73명도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이 나오기 전에 3대1의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나 야당은 작년 3월까지의 무기계약직 채용자 중 교통공사 ‘고위직’의 자녀가 31명이나 되고 짬짜미 면접을 통해 무기계약직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조성주 노동협력관은 “무기계약직 112명 중에 ‘3급 이상 직원’의 자녀는 24명으로 조사됐다”면서 “지원서류에서 가족관계를 지우고 블라인드 면접을 했기 때문에 짬짜미 면접이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서울교통공사에서 무기계약직이 곧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고 직원의 친인척들이 대거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전 정보 입수라기보다는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커졌을 수 있다.
교통공사의 가족과 친인척인 사람 73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것은 2016년 7월부터 작년 3월까지다.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과 서울시의 무기계약직 일반직화 방침 발표(작년 7월 17일)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다만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었더라도 야당 주장대로 면접에 불공정성이 있었는지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가려야 한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에서 국회의원 등의 인사청탁을 통해 부정 입사한 직원 226명이 문 대통령의 강경처리 방침에 따라 전원 면직처리됐다. 서울교통공사는 강원랜드와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채용의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민감성을 감안해 엄정한 감사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