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 실적 줄었지만 본사 송금액은 갈수록 늘어

2018-10-23 17:04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외국계 은행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6월말 기준 37개 외국계 은행 지점의 반기 순이익 총액은 7801억3100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8385억9800만원) 대비 584억6700만원(6.97%)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금융사는 21개로 전체(37개)의 56.75%에 달한다.

1년 새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상 감소한 외국계 은행 지점은 제이피모건체이스가 -570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은행(-381억3900만원), 미즈호(-250억6000만원), 미쓰비시도쿄UFJ은행(-148억8600만원), 아이엔지(-138억2900만원), 중국농업은행주식유한회사(-112억5000만원), 교통은행(-112억4900만원), 뱅크오브아메리카은행(-111억6300만원), 모간스탠리은행(-110억8600만원) 등이다.

이는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1조353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신한은행(1조2718억원)과 우리은행(1조2369억원), 하나은행(1조1933억원)도 높은 성과를 냈다.


외국계 은행 지점의 실적 축소는 이자이익 감소와 유가증권 매매 및 평가이익이 줄어든 게 이유다.

그동안 외국계 은행들은 자국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았던 한국 시장에 투자해 차액을 챙겼다. 하지만 미국 등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조달비용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한국은 저금리를 이어가고 있어 상황이 악화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은지점 순이익은 2014년 1조632억원에서 2015년 1조122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16년(7615억원)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또 유럽계 은행의 경우 바젤 III 관련 글로벌 자본규제 및 장외파생상품 거래 관련 규제 강화로 모(母) 은행의 자본 확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럽 은행산업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바젤 III 등 글로벌 자본규제가 강화되면서 파생상품거래의 제약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외국계 은행들의 본사 송금액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금융사들은 2013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5년여간 총 6조7805억원을 본국에 송금했다. 이 가운데 외국계 은행의 5년여간 송금액은 3조4587억원으로 전체 송금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