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복귀 3년···CJ그룹, 공동대표에 ‘삼성맨’ 박근희 부회장 선임

2018-10-24 00:33
CJ그룹 임원인사, “철저한 성과주의 인사로 조직혁신 가속화”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이 지난 21일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 나인브릿지' 우승을 차지한 브룩스 켑카(미국)에게 우승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JNA 골프 제공]


CJ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재현 회장이 2013년 구속 수감된 이후 3년 간 CJ그룹은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정기 임원인사를 때때로 미루거나, 상시 인사로 대체해왔다. 2016년 8월 이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다시 3년여 만에 오너 공백기 이전의 정기 임원인사 시기를 되찾았다.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 계열사 간 인수합병, 해외 M&A 등으로 쉴 새 없이 변화의 바람이 불던 CJ그룹이 비로소 내부적으로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23일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에 박근희(65) CJ대한통운 부회장을,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 최병환(54) CJ포디플렉스 대표이사를 각각 내정하는 등 총 77명을 승진시키고 48명을 보직이동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박근희 부회장은 지주사로 옮겨, 지난 3월 건강상의 이유로 등기이사직을 사임하고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채욱 부회장의 자리를 메운다. 박 부회장은 1978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부사장,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 등 40년 가까이 ‘삼성맨’으로 있다 지난 8월 CJ에 입사, 그룹 대외업무를 총괄해왔다.

CJ가 1993년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한 후 삼성그룹 고위직 임원이 CJ그룹으로 옮기는 일은 드물었다. 또 CJ와 삼성은 고(故) 이병철 회장의 유산을 두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조원대의 상속 소송을 벌이면서 수년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기도 했다. 이번 박 부회장의 중용은 윗세대의 갈등이 마무리 된 이후 CJ와 삼성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박근희 CJ주식회사 공동대표이사[사진=CJ그룹 제공]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복귀는 이번 인사에도 없었다. 이 부회장은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J E&M을 총괄하며 CJ그룹의 주력 부문 중 하나인 문화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현재 CJ E&M과 오쇼핑의 통합법인 CJENM에서는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34) 상무가 브랜드 전략을 맡고 있다. 최근 재혼한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28) CJ제일제당 부장에 대한 승진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CJ 임원 승진자들은 성과주의에 따라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사업부문에서 대거 배출됐다.

CJ CGV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최병환 CJ포디플렉스 대표이사는 혁신기술 기반의 오감체험관 ‘4DX’와 다면상영관 ‘스크린X’ 사업 경험을 살려 CGV 미래전략 수립 및 글로벌 사업 내실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임원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글로벌 진출을 주도한 손은경(49)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본부장, 김소영(46) BIO기술연구소 소장이 나란히 부사장대우로 승진하는 등 6명이 승진했다. 이주은(47) CJ제일제당 상온HMR마케팅담당, 김제현(45) CJ ENM 미디어사업부문 채널사업부장 등 4명은 임원이 됐다. 여성 승진임원은 총 10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13%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