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있다' 교황 메시지에 靑참모들 '아~' 탄성 터져

2018-10-19 16:42
청와대 고위관계자, 문 대통령의 교황 예방 뒷 예기 전해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나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상 방북을 수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아~' 놀라움의 탄성이 터졌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중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황 예방 뒷 얘기를 전했다.

단독면담을 끝낸 문 대통령이 교황청 2층 서재 문을 나오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달려갔다. 방북 요청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였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교황이 ‘갈 수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해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고 하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윤 수석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행원들에게 교황의 메시지를 전하자 모두들 ’이제 됐다‘며 긴장된 분위기가 풀렸다.

이어 교황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윤 수석이 전하자, 순간 ’아!‘ 탄성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안도감이 확신으로 이어지면서 모두들 전율을 느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날(17일)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만찬 및 회동에서도 교황청 인사들은 교황이 문 대통령 알현에서 어떤 말씀을 하실지 전혀 언급이 없었다. 교황의 알현 메시지는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대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롤린 국무원장은 17일 저녁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한반도 상황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교황이 해당 언급을 이탈리아어로 했고 통역을 맡았던 한현택 신부가 이를 영어로 표현하면 '어베일러블'(available·사용가능하다·시간이 있다)이라고 설명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상대국의 공식적인 초청장 없이는 방문하지 않는 교황의 관례에 비춰봤을 때, 사실상의 수락 의사를 넘어 반드시 가겠다는 확답을 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롤린 국무원장도 17일 저녁 문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안 하는 것보다 작은 것이라도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던 정도여서 교황의 의중을 헤아릴 수는 없었다.

이와 함께 파롤린 국무원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잠시 한국어 과외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롤린 국무원장은 이날 미사에서 한국말로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대전교구장인 유홍식 주교가 미사 전에 직접 한국어 발음 방법 등을 도와준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이번 문 대통령의 교황청 일정에 참석한 교황청 고위 인사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한국의 드라마·영화 등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교황도 한국과 한반도 정세를 잘 알고 계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