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 해체될 것"
2018-10-18 05:11
교황청 국무원장 집전 '한반도평화기원특별미사' 참례…"기필코 분단 극복해낼 것"
“이제 한반도에서 자애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을 맞출 것입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7일(이하 현지 시간) 교황청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이 집전한 '한반도 평화 기원 특별 미사'에 참례했다.
이날 미사는 문 대통령의 교황청 공식방문을 계기로 오직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특별 미사로 열렸다.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미사가 열리는 것은 교황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한반도 평화정착에 대한 교황청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문 대통령의 세례명은 디모테오(하느님을 공경하는 자), 김 여사의 세례명은 골롬바(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사 기념사에서 “한반도에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하고 있는 남과 북,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올린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는 남북한 국민들과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메아리로 울려퍼질 것이며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기필코 분단을 극복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대통령의 교황청 미사 참석은 물론 미사 직후 연설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기독교와 유럽 문명이 꽃피운 인류애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반도에 용기를 줬다"며 "EU(유럽연합)가 구현해온 포용·연대의 정신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향한 여정에 영감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한반도에서는 역사적이며 감격스러운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9월 나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고,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을 끝내기로 했으며,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한반도, 평화의 한반도를 전 세계에 천명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남북한은 약속을 하나씩 이행하고 있다"며 "비무장지대에서 무기와 감시초소를 철수하고 있고, 지뢰도 제거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있었던 서해는 평화와 협력의 수역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도 70년의 적대를 끝내기 위해 마주 앉았다"며 "교황 성하께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신 기도처럼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람직한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민은 2017년 초 추운 겨울,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촛불을 들어 민주주의를 지키고 새로운 길을 밝혔다"며 "촛불혁명으로 시작된 평화의 길이 기적 같은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교황청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대표단을 파견해 한반도 평화를 강력 지지했고, 교황 성하께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여정을 축복하고 기도로써 동행해 주셨다"며 "평화를 갈망하며 형제애를 회복 중인 우리 겨레 모두에게 커다란 용기·희망을 주신 교황 성하와 교황청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가톨릭의 고향, 성베드로대성당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미사를 올리게 돼 참으로 기쁘다"며 "한반도 평화기원 특별미사를 직접 집전해 주신 국무원장님, 그리고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고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 주신 교황청 관계자들께 한국민의 마음을 담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반세기 전인 1968년 10월 6일, 이곳 성베드로대성당에서 한국 순교자 24위가 복자품에 올랐고, 한국말로 된 기도와 성가가 대성당에 최초로 울려 퍼졌다. 500여명의 한국 신자들은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며 "한국은 지금 103위의 순교성인을 배출한 국가로서 한국의 순교성인 수는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에 이어 세계 4위"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 바오로 6세는 그날 강론에서 '한국교회의 훌륭한 표양(드러내 찬양함)을 본받으라' 말씀하셨고, 한국은 선교사들에 의하지 않고 세계 교회사에서 유일하게 하느님 말씀과 직접 만나 교회가 시작됐다고 하셨다"며 "한국 가톨릭교회에 부여된 큰 영광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한국 가톨릭교회는 낮은 곳으로 임해 예수님의 삶을 사회적 소명으로 실천했다"며 "식민지와 분단, 전쟁과 독재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정의, 평화와 사랑의 길을 비추는 등대가 되어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 서두에서 한국 가톨릭의 역사와 위상을 언급하며 “한국의 사제들과 평신도들은 사회적 약자와 핍박 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켰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때로는 거리에 서기도 했다”면서 “저 자신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저는 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민은 민주주의·인권·복지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헌신을 보며 가톨릭을 모범적인 종교로 존중하게 됐다"며 "가톨릭교회에 영광이 있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교황청 성직자들과 현지 외교단, 우리 정부 관계자, 현지 거주 교민, 유학 중인 한인 성직자 등 약 800명이 함께 한 가운데 열린 이날 미사는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함과 희망 속에 시종일관 진지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편, 문 대통령은 18일 정오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교황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한다. 이에 따라 교황의 방북 수락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한다면 평양을 찾은 첫째 교황이 된다. 특히 교황의 방북으로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더 진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교황이 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 약속을 재차 확인한다면 교황의 '공증'으로 북·미 간 비핵화 약속에 구속력이 생길 수 있고, 남·북·미 종전선언과 남·북·미·중 평화협정 체결도 촉진시킬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을 앞둔 17일 교황청 기관지에 게재한 특별기고문에서 “지난 9월 평양 방문 때 남북 가톨릭 간의 교류를 위해 한국 가톨릭을 대표해 김희중 대주교께서 함께 가셨다. 교황청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란다”면서 “나아가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사에 앞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주세페 콘테 총리와는 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 및 북한의 비핵화 촉진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