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24시]하루 1분 경제상식 - 백지신탁
2018-10-17 17:55
미국서 시작돼…한국은 2005년 도입
기업인 공직 진출 막는다는 주장도
기업인 공직 진출 막는다는 주장도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기간 중 재산을 대리인에게 맡기도록 한 제도를 말합니다. 폐쇄신탁이라고도 합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주식이나 채권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치는 것을 막아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인데요.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등의 재산에 대해서는 백지신탁 제도가 없습니다.
대상자는 국회의원이나 장관, 차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입니다. 또 기관별로 직무 관련성이 높은 부서 공무원도 해당합니다.
이들은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보유한 주식이 3000만원 이상이면 임기 시작 1개월 안에 인사혁신처로부터 직무 관련성 판단을 받게 됩니다.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약품 인허가 부서 소속 공무원이 제약회사 신규주식을 취득한다거나, 건축 관련 부서 공무원이 건설업 관련 신규주식을 취득하는 등의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업무 특성상 특정 기업과 관련된 정보 등을 통해 주식에 투자한다든지 하는 이해충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주식은 수탁회사가 60일 이내 처분해 다른 재산으로 바꿔 운용합니다. 물론 공직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고, 운영에 관여할 수도 없습니다.
백지신탁 제도가 시작된 건 미국입니다. 블라인드 트러스트라고 불립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뿐 아니라 부통령, 군장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직자에게 적용됩니다.
지난 5월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당선된다면 자신이 보유한 1000억원 규모의 안랩 주식을 백지신탁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죠. 안 전 대표는 대선 후보 때도 이러한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백지신탁 제도가 기업인의 공직 진출을 가로막는 제도라고 주장합니다. 장관이나 청장 같이 공직자가 되려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의무적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실제 박근혜정부 시절 기업인으로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된 기업인이 사의를 표명할 때도, 이번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후보 물망에 올랐던 기업인도 백지신탁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지신탁 제도가 탄생한 미국은 백지신탁에 대한 의무조항이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럼프 그룹’ 운영을 두 아들에게 맡기고, 재산은 신탁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은 30억 달러인데요. 일찌감치 그가 공언한대로 백지신탁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부터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자산을 백지신탁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산을 미국 국채에 투자해 백지신탁에 준하는 조처를 했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공직에 오르면 직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주식을 처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권 지분을 백지운영계약으로 지켜줍니다. 처분을 안 하지만,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도 비슷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