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비관론 고조…유력 펀드매니저 85% "경기확장 막바지"
2018-10-17 10:06
BofAML 설문조사…38% "향후 1년 세계경제 성장둔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세계 경제 비관론이 고조되고 있다. 유력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는 경기확장세가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진단한 이들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의 월례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85%가 세계 경제의 확장세가 후반부에 돌입했다고 봤다. 2007년 12월의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을 11%포인트 웃돌았다.
마이클 하트넷 Bof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 성장세를 비관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7%로 0.2%포인트 낮춰 잡은 것과 맞물려 우려를 증폭시켰다.
IMF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무역갈등을 최고 위협으로 꼽았는데 펀드매니저들도 이에 공감했다. 가장 많은 35%가 시장을 위협하는 최대 '꼬리위험'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관세 공세에서 비롯된 세계 무역전쟁을 지목했다. '꼬리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현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인을 뜻한다.
펀드매니저들은 무역전쟁, 통화긴축 등 미국발 악재를 경계하면서도 정작 미국 경제는 비교적 낙관했다. 이 결과, 미국과 나머지 세계 경제의 전망 격차가 2007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미국 경제는 올 상반기에 평균 3.2% 성장했는데,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 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긴축은 지속적으로 증시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대다수가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때까지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이 적어도 2500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10%가량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 속에 펀드매니저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투자 비중을 소폭 낮췄다. 특히 미국 증시가 과도하게 고평가됐다고 본 이들이 많았다. 대신 현금보유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모회사 알파벳) 등 미국 간판 기술기업, 이른바 'FAANG'과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BAT'에 대한 매수 베팅이 9개월 연속 가장 붐비는 거래로 나타났다.
BofAML의 설문조사는 지난 5~11일 유력 펀드매니저 231명을 상대로 실시됐다. 이들이 전 세계에서 운용하는 자산은 6460억 달러(약 726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