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 규제 사각지대, 국감서 재확인...과세 역차별 해소 가능할까

2018-10-14 11:35
-국감에 나온 글로벌 CEO들 "국가별 매출은 영업비밀"
-유영민 장관 “기재부, 공정위 등과 과세문제 논의”
-유럽 수준 규제 기대...전문가 "디지털세 현실화가 관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의 세금과 망사용료 등의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11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는 구글·페이스북 등에 대한 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해 외국기업의 과세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매출 파악을 위한) 합동조사도 같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범 부처 차원의 규제 도입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와 IT업계는 세금 납부, 망 이용대가 등에서 발생하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으나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유튜브 등의 주요 플랫폼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으나 세금 회피, 개인정보 무단 수집, 음란물 유통 등 국내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별 글로벌 IT기업 조세회피 규제 동향[그래픽=김효곤 기자]


이번 국감에서는 구글·페이스북 등이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영업비밀이라 말할 수 없다”, “국가별 매출은 밝힐 수 없다” 등 세금과 관련된 의원들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한국에서 조세법과 국제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글은 한국에서 광고와 앱스토어인 구글플레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구글 한국 법인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외부 감사와 공시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무선인터넷산업협회에 따르면 구글이 앱마켓 ‘구글플레이’를 통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은 4조881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앱마켓 매출의 60.7%로, 애플 앱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24.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유튜브 등의 광고 수익까지 포함하면, 구글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연 2~3조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에 낸 세금은 2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페이스북 또한 매출과 수익, 납세 규모 등의 공개를 거부했다. 존 리 대표와 같은 질문을 받은 데미안 여관 야오 페이스북코리아 사장은 “세금은 영업기밀에 해당돼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년부터 한국에서의 광고 매출액을 따로 집계하겠다는 이전보다 한 발 진일보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부가 구글·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규제 도입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유럽 수준만큼 강력한 대책이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

프랑스는 2010년 온라인 광고세인 일명 ‘구글세’ 도입을 추진, 2016년에 구글 파리 지사를 압수색하고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5월 구글이 10여년 간 미납한 세금 3억6000만 유로(약 4712억6500만원)를 받아내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영국은 2015년 4월 우회이익세를 도입, 연 매출 1000만 파운드(약 149억3700만원) 이상 글로벌 IT기업이 국외이전 소득 25%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7월부터 글로벌 연간 수입 10억 호주달러(약 8073억8000만원) 이상, 호주 내 연간 수입이 2500만 호주달러(약 201억8000만원)를 넘는 글로벌 IT기업이 수익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법인세율(30%)보다 높은 40%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자동차 시장의 경우 글로벌 기업도 국내에 법인을 두고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국내 규제가 국내외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디지털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에 물리적 사업장이 없더라도 세법상의 사업장 개념을 폭넓게 해석해 과세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