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시성' 남주혁 "모델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 연기 못한 건 내 탓"
2018-10-12 18:01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순제작비 180억가량을 들여 화려하고 웅장한 스케일과 비주얼을 자랑한 작품.
배우 남주혁(24)은 이번 작품에서 태학도 수장 사물 역을 맡았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을 제거하라는 연개소문의 지시를 받고 안시성에 잠입하지만, 성주를 따르는 성민들의 모습을 보고 흔들리는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하백의 신부’,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MBC ㅡ라마 ‘역도요정 김복주’ 등을 통해 주연배우로 성장한 남주혁은 영화 ‘안시성’을 통해 처음으로 스크린 데뷔하게 되었다. ‘젊은’ 배우답게 그는 드라마 현장의 장점, 영화 현장의 장점을 빠르게 습득 중. 자신을 꼭 닮아 연기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는 ‘안시성’ 사물이며 연기에 대한 남주혁의 생각을 묻고 또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배우 남주혁의 일문일답이다
스크린 속 남주혁의 모습은 어떻던가?
- 영화가 처음이라 낯설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더라. 10분 정도 지나고 나니 적응이 돼 재밌게 보았다. 관객의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
극 중 남주혁의 내레이션이 많이 등장한다. 정보 등을 전달하는 역할이었는데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 부담감은 80% 정도였고 나머지는 설레는 마음이었다. 선배님들이 워낙 베테랑이신 데다가 작품도 좋고,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어서 부담이 많이 됐다. 그 부담감을 이겨내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했다.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이었나?
- 초반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워낙 편하게 대해주셔서 긴장감을 빨리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부담 갖지 않게끔 해주셔서 저 역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선배들과의 호흡으로 얻은 게 있다면?
- 선배들의 연기는 보기만 해도 내게 도움이 많이 된다. 생활연기를 정말 잘하시는데 보면서 (선배들 연기에) 반했다. 첫 영화기도 하니까. 큰 화면에서는 디테일한 점들이 보이고 사소한 것들이 보여서 생활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물 캐릭터의 첫인상은 어땠나?
- 대본을 볼 때부터 어색하지 않았다. 저의 어떤 점과 비슷하다고 한 가지만 콕 짚을 수 없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 대사가 입에 붙으니 몰입해서 더 연습할 수 있었고 어색함을 계속 줄여나갈 수 있었다.
끈기가 필요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 영화 현장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드라마 현장과 달리 영화 현장은 배우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기다리는 시간도 충분히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거듭할 수 있었다.
힘을 뺀 장군들의 연기와는 달리 사물은 내내 긴장된 모습이었는데
- 무게는 제가 다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양만춘을 비롯해 ‘안시성’ 장군들도 새로운 스타일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니까. 사물은 학도병이고 열정이 넘쳐서 힘을 풀고 연기하기보다는 힘을 주고 연기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더 내려놓으면 학도병으로서의 매력을 잃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액션은 어떻게 준비했나?
- 액션스쿨에서 연습하기도 했지만, 현장에서 주로 맞췄다. 전쟁 장면은 저만 맞추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려운 점 없이 편하게 잘 찍을 수 있었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가 편견처럼 느껴지나?
- 아니다. 모델 출신이니까 모델 출신이라고 부르시지 않나. 어떤 편견이 억울하지 않으냐고 하신다면 편견보다는 제가 연기를 못했기 때문에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다. 받아들이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래도 안정적인 사극 연기를 펼쳤는데
- 사극은 드라마 ‘보보경심 려’ 이후 두 번째다.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칭찬도 비난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다.
어느새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스크린 데뷔까지 성공적으로 마쳐 감회가 새롭겠다
-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캐스팅해주시는 감독님, 작가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점점 더 나아지려고 노력 중이다. 어떨 때는 나아지기도 하고, 어떨 때는 정체이기도 하다. 거기에서 오는 부담감이 크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은데 당근보다는 채찍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의 당근과 채찍은 무엇이었나?
- 당근은 현장에 빨리 적응한 점이고 채찍은 전체적으로 부족했다는 인상이다. 큰 대작이고 남들에게 폐 끼치기 싫어서 자신을 얽매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듣고 싶은 반응은?
- 개인적으로는 ‘괜찮다?’ 그 정도 말이면 충분하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 캐릭터가 있다면?
- 평소에 일본영화를 좋아한다. 멜로보다는 삶에 찌들고 지친 짠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다. ‘왜 저렇게 안 됐을까?’, ‘왜 저런 일이 계속 일어날까?’ 싶은 그런 안쓰러운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