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율조작국' 지정...美 하나, 안하나, 못하나?

2018-10-12 15:07
블룸버그 "美재무부 실무진 '中 환율조작 안 해' 결론"…다음주 환율보고서 촉각

중국 국기 '오성홍기'를 배경으로 놓인 100위안 지폐[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까, 안 할까, 못 할까.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 미·중 무역전쟁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로 빨려들 게 뻔하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 급등 여파로 파란을 겪고 있는 금융시장도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환율전쟁이 일어나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재무부는 다음주에 환율정책보고서를 낼 전망이다. 매년 4월과 10월에 의회에 제출하는 '미국 주요 무역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외환 정책' 보고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도 올 하반기 들어 줄곧 중국 위안화의 약세 흐름을 문제삼았다. 일련의 발언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됐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 들어 6%, 지난 6개월 동안에만 9% 넘게 떨어졌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미국 재무부 내부에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조작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 므누신 장관을 압박했지만, 재무부 실무진이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이 이 결론을 수용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5년 제정한 '무역원활화·무역집행법'을 통해 재정립한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은 모두 세 가지다. ①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②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초과 ③GDP 대비 달러 순매수액 2% 초과 등이다. 환율조작국은 이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중국은 무역흑자 조건에만 해당된다.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다른 주요 무역상대국 가운데도 세 가지 조건에 모두 걸리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미국은 1994년 중국을 끝으로 환율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소식통들은 중국이 이번에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남을 것으로 봤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경우 관찰대상국이 되는데, 중국은 무역흑자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보고서에서 한국 일본 인도 독일 스위스와 함께 관찰대상국이 됐다. 비라지 파텔 ING 외환투자전략가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같은 기준 아래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관찰대상국에 오른 다른 나라들도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이 중국을 표적으로 삼아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을 느슨하게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초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가 된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을 활용하는 식이다. 1988년 제정한 포괄무역·경쟁력강화법을 이용하면 글로벌 경상수지 흑자나 대미 무역흑자가 상당한 나라에 환율조작국 꼬리표를 붙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을 비롯한 월가 대형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추가 폭탄관세 등 무역공세의 명분을 얻기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후폭풍을 경고했다. 씨티그룹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반반이라고 봤다.

미국이 억지를 부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재무부 고위관리 출신으로 IMF 미국 대표를 지낸 마크 소벨은 이날 블룸버그에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증가세가 완만하고, 외환시장 개입 사례가 부족한 걸 보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므누신 장관이 추진하는 미·중 무역협상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