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국내 항만 수익 930억, 고스란히 해외로 빠졌다

2018-10-11 18:23
윤준호 민주당 의원 "국부 유출…국내 지분 확보 시급"
김영춘 "국내사 해외 행만 운영 진출 돌파구 열겠다"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국내 항만 운영 및 투자로 발생한 배당금 중 930억원이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되면서 대한민국 해운산업과 물류산업 발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해운대을)이 11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컨테이너 터미널 해외투자자본사 배당금 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년 동안 930억원이 해외투자 자본사에 배당됐다. 

부산신항 1·2·4부두, 인천항 남항 등 4곳의 2016~2017년 총 배당금은 1529억2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해외투자 자본사의 배당금이 931억2800만원으로 전체 배당금의 60.9%를 차지했다.

2016년에 부산신항 2부두의 배당금은 420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66%인 277억3300만원이 DPW(두바이 포트 월드)의 배당금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부산신항 4부두의 배당금은 213억7100만원이고, 이 가운데 32억9700만원이 PSA(싱가포르항만공사)에 배당됐다.

윤 의원은 이날 농해수위 국감에서 “이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해외투자 자본사 지분율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PSA는 현재 부산신항 1·4부두에 각각 80%, 40%+1주의 지분이 있으며, 인천항 남항의 지분율은 100%에 달한다. DPW는 부산신항 2부두 운영사 지분의 66.03%를 가지고 있다.

농해수위에서 유일하게 부산에 지역구를 둔 윤 의원은 특히 부산신항 4부두 지분과 관련해 “PSA가 투자를 통한 이득으로 주주배당금 33억원을 가져갔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국부 유출”이라고 질타했다.

당초 “현대상선에서 매각하려던 지분을 부산항만공사가 매입하려 했으나 매각 당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부산항만공사 지배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PSA로 지분이 넘어갔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은 2010년부터 HPNT(현대부산신항만)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2016년 4월 구조조정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40%+1주를 PSA에 80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했다.

윤 의원은 “해외 자본들이 국내 수익이 나는 요충지 항만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컨테이너 부두 운영권을 통상적으로 20년 이상 장기 계약하는 것을 볼 때 앞으로 수천억원에 해당하는 배당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의원은 국내 지분 확보는 물론 해외 항만 확보를 국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삼고 국가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PSA와 DPW처럼 자국 항만의 독점력을 높이고, 해외 항만으로 투자를 넓혀가는 정책을 시행해 항만 확보를 수출 업종 지원을 위한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중국, 싱가포르, 두바이 등 세계 주요 항만 당국은 해외 항만 확보를 국가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삼고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류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간 교역의 90% 이상이 해양으로 이뤄지는 만큼 우리도 글로벌 해운 터미널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물류 산업 및 경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산업이 우리나라 해운항만을 살리는 것이며, 이는 곧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 과제”라고도 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라면서 같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항과 경쟁항만인 싱가포르항만은 100% 국내자본으로 운영하고 투자를 받더라도 해외 자본은 49% 이내로 받아서 전체 항만 운영권은 국적사가 갖도록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되고 있다”고 동감했다.

김 장관은 “과거 예산 당국이 항만 건설에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건설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많이 내줬는데, 올해부터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부산신항 4부두에 다시 부산항만공사가 지분을 투자하도록 일부 허용해준 내용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는 해외 항만 운영에도 국내 항만사가 진출할 수 있도록 돌파구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K-GTO(한국형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 운영 계획에 대해서 “국내 항만사 운영 지분권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국제적 물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 해양진흥공사와 같은 선단을 구성해서 글로벌 터미널 오퍼레이트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동남아 항만부터 GTO사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