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아파트' 4억원에 거래...“북한 부동산, 도시계획으로 접근해야”

2018-10-11 14:48
11일 '제16회 한반도 국토포럼' 개최...북한 주택 시장 진출 방안 논의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제16회 한반도 국토포럼, 북한 도시 및 주거 개발 전략’이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공학한림원 제공]


“2010년에 조사했을 땐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가 북한 내 최고가 주택이었는데 2016년에 건설된 ‘유리아파트’가 35만 달러(약 4억원)에 거래됐습니다. 한 층에 한 가구만 살고 전면이 모두 유리로 돼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평양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아파트입니다.”(정은이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달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며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개발 시 산업단지와 함께 배후 주거단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북한 주택 시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16회 한반도 국토포럼에서는 ‘북한 주택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두고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최상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김정은 등장 이후 ‘미래과학자거리’ 등 평양을 중심으로 선전용 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시사점은 결국 주택이 주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도시개발과 연계한 사업이 요구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정 부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 이후 북한의 주택 시장 변화에 대해 “국가가 건설붐을 일으켜 돈주들이 공급한 아파트도 함께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엔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서면서 1~2층에 상가가 들어서고 위에 주민들이 사는 주상복합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시행사가 상가의 경영을 맡고 집값이 함께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평양시 모란봉구역 내 ‘유리아파트’ 위치도. [이미지=한국공학한림원 제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는 북한에서는 최근 신축뿐만 아니라 철거를 통해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도 유행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건설붐이 일었다고 하지만 구글지도를 통해 평양을 보면 도로변에만 아파트가 위치할 뿐 나머지는 1950~1960년대 지어진 단층주택”이라며 “최근에 북한에서도 아파트가 상당한 고가에 팔리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이 됐다. 그만큼 개발의 여지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미 개발 방법의 하나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 Build Transfer Lease)'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그는 “우리는 개성공단을 절반밖에 완성하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산업단지를 개발할 때 배후 주거단지가 같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도 “현실적으로 사업자 측면에서 볼 때 우리가 북한 주택 사업에서 주체가 될 순 없을 것”이라며 “북한에는 5곳의 경제특구와 22개의 중소규모 개발구가 있다. 개성공단만 봐도 중단되기 전에 5만5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했다. 이들과 이들의 가족을 위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이나 신의주 일대 대규모 산업단지 근처에 근로자 아파트나 기숙사를 우리가 공급하는 것이 대북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사업 방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수석연구원은 “지금 김정은의 관심은 주택보다는 경제에 쏠려 있다. 우리도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계획을 통해 경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북한은 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남한과 협력이 가능하다. 이미 도시화가 60% 이상 진행된 북한에서 기존에 한국에서 모두 부수고 짓는 사업 방식이 가능할 것인가 고민해봐야 한다. 결국 경제 개발과 주택 공급을 병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